김기춘 "죄 안돼", 조윤선 등 3명은 "관여 안해…권한 없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이른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청와대 4인방' 재판에서 각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한 점은 일맥상통하면서도 책임 소재와 권한 범위를 놓고선 명확하게 선을 긋는 전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우선 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과거 정부에서 좌파 세력에게 편향된 정부의 지원을 균형 있게 집행하려는 정책, 즉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정책이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예술 정책이 범죄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큰 틀에서 정책적 판단에 따른 업무 수행일 뿐 범죄가 성립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의 개별적·구체적 범죄사실도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된다는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아 명확성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투 트랙' 전략을 썼다. '블랙리스트' 정책의 실행과 연관이 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하지만 '큰 그림'을 짜는 데 전혀 개입하지 않았으므로 법적 책임이 무겁지 않다는 논리다.
일부 혐의는 해석을 달리할 여지도 있다고 했다. 한편 범죄 여부와 별도로 이번 사태의 도덕적 책임은 통감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전체 기획·집행,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 중 일부는 실체적 진실과 다르거나 평가가 달리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블랙리스트가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데 대해선 "전직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서,직전 문체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과오가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헌법과 역사 앞에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교육문화체육비서관은 '관여·가담'의 정도가 덜하고 블랙리스트를 주도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사실상 영향력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수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다는 것인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각 피고인이 혐의 성립 여부, 관여 정도, 책임 유무 등을 놓고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쳐 향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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