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반(反) 유럽연합 및 반 난민 정서를 타고 기세등등하던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내홍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발표된 3건의 여론조사에서 AFD의 지지율은 모두 10%를 밑돌았다. 지난해 9월 15%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지지층의 3분의 1이 등돌린 셈이다.
이처럼 지지율이 하락하자 일부 의원들이 새로운 지도부 출범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당내 분열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AfD의 내홍은 당 지도부인 뵈른 회케 튀링겐주 대표가 지난달 한 연설에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수치스럽다고 비난하며 과거사 기억의 문제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데서 비롯됐다.
회케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당내 분열을 촉발한 것이다.
프랑스에 극우바람을 몰고 온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의 행보를 쫓는 프라우케 페트리(42) AfD 당수는 FN처럼 당의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며 회케 대표와 선을 긋고 싶어 하나 반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가령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당수는 FN을 포함한 유럽의 다른 극우정당과 다르다며 강력한 지도자 한 명이 아니라 동독 출신의 국수주의자부터 부유한 남서부 지역의 경제적 자유주의자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깔을 지닌 인사를 아울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 이런 견해차가 나타나자 한 매체가 AfD의 분당 가능성을 예견하는 기사까지 나왔다.
시사주간지 슈피겔 기자이자 AfD에 관한 출간 예정인 책을 집필한 멜라니 아만은 회케 대표의 발언이 여러모로 당에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AfD가 결국은 기독민주당(CDU)의 한 종파라고 생각한 경제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충격을 안겨줬으며 회케 대표에 대한 출당 위협이 극우 국수주의자들의 지지 철회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AfD의 위기는 내우외환 양상이다. 내홍에 발목 잡힌 사이 다른 경쟁 정당들은 AfD 지지층의 표심을 흔들만한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행정부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난민 문제에 강경 선회해 망명이 거부된 난민은 신속히 추방하겠고 밝혔다.
또한 사민당(SPD) 총리 후보인 마틴 슐츠 전 유럽의회 회장의 예상치 못한 인기에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4연임을 노리는 메르켈 총리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고 싶은 민심은 이제 슐츠 후보라는 대안이 생겼다는 점에서다.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최근 기사 제목에 "메르켈을 혼내주길 원하는 사람들은 AfD에 표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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