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유럽 美 동맹들 "미국 없이 사는 법" 찾기 나서

입력 2017-02-28 16:44  

亞·유럽 美 동맹들 "미국 없이 사는 법" 찾기 나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의지' 亞 동맹들, 美 불확실성에 당혹

EU, 美의 경제공격에 아시아와 통상관계 강화로 눈 돌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안보와 무역을 미국에 의지해오던 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 없이 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가 2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불가측성, 비일관성 등이 정권 출범 초기의 미숙함 때문만은 아니며,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강해지면서 세계 통상·안보 질서에서 미국의 강력한 지도력 발휘를 더는 확신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포린 폴리시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이는 것이 실제라는 점을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한 유럽 외교관의 말을 전하며 "이들 나라는 통상과 안보 면에서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온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아시아 혼신(混信)에 당혹스러워하면서 과연 트럼프 행정부에 아시아 전략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메시지의 혼선 뒤에 "원모심려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 사실이 아니다"고 그레고리 폴링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지적하고 "아시아 국가 정부들이 불확실성은 지속할 것이며 그것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이 매체는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모든 분쟁에서 미국과 나란히 참전"해온 호주의 예를 들어 "호주 정부가 새 외교백서에 담을 대외정책 전략을 만드는 작업에 트럼프 행정부의 그림자가 기다랗게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그동안 자국의 광물 수출을 싹쓸이해가는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안보는 미국에 기대는 전략을 펴왔으나, 이러한 구도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자국의 대외정책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변수가 돼 버린 트럼프를 안고 씨름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미라 랩-후퍼 연구원은 지적하고 "(미국이) 앞으로는 과거보다 동맹으로서 예측 가능성이 약해질 수도 있는" 가능성을 호주 정부는 염두에 둬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호주에선 이미 아시아에서 더욱 능동적인 역할을 모색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외 전쟁을 무조건 지원해온 노선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이 이런 흐름을 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대 아시아 안보 공약이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면 호주는 특히 싱가포르 등 역내 국가들과 방위관계를 강화해 나가면서 "미국이 남긴 안보 공백을 중국이 메우기 전에 자신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영국 외교관 출신으로 킹스칼리지의 중국학 교수인 케리 브라운은 내다봤다.

유럽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메시지가 혼란스러운 점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는 지난 70여 년간 미국 안보를 위해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의 거점으로서 강력한 통합 유럽의 건설을 지원해온 정책을 뒤집어엎으려는 트럼프 백악관의 의지를 더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통합을 저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노선은 EU를 해체하거나 내분을 일으켜 유럽의 개별 국가들과 상대하려는 러시아의 대유럽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 유럽 관계에서 안보 분야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무역분야에서 강경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데 대해 한 유럽 관리는 "트럼프와 그의 보좌진이 지금이 1950년대나 60년대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력이 그때와는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일격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여전히 EU와 나토에 대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의 전통적인 메시지에 미련을 갖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시간이 흐르면서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 격인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협상이 지난해 중단된 후 EU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시아에도 구애하는 손실회피 전략에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다 미국에 차인 처지인 아시아 국가들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EU의 구애에 호응, 미국이 포함되지 않은 무역협정 추진을 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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