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아들이 청와대 근무?' 등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루머도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지헌 전명훈 기자 = 언론 보도로 촉발된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국정농단 의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밝혀졌다.
최씨의 국정농단은 문화와 체육뿐 아니라 교육, 의료, 산업, 심지어 외교 분야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사실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규명되고, 검찰 및 특검을 통해 진상이 규명되는 과정에서 언론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의혹 규명과정에서 국정농단 실체를 둘러싸고 사실을 토대로 하지 않은 의혹들도 잇달아 제기됐다. '기-승-전-최순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부분 의혹이 최씨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것으로 소개됐다. 이중 '설마'하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많지만 수사 결과 사실무근이거나 신빙성이 적은 것으로 판명된 경우도 적지않다.
특검 수사가 종료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언론과 SNS, 종편 패널 등에 의해 제기된 의혹들의 팩트를 체크해 본다.
◇ 사드배치도 최순실 작품?…루머에 그친 의혹들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화되면서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에 최씨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의 초기 대북정책인 '통일대박론'이 최씨의 아이디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들 의혹은 근거 없는 루머에 그쳤고 사정 당국의 수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은 작년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국과 긴밀한 조율 아래 이뤄졌다. 통일대박론의 경우 신창민 중앙대 교수 책에서 비롯된 용어로, 최씨와는 아무 상관 없다는 게 청와대 측 해명이다.
통합진보당 해산과 공무원연금 개혁에도 최씨가 손을 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 비리 수사를 둘러싼 논란
이화여대에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한 최씨 딸 정유라씨를 수사하기 위해 이대 교수들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수사가 이뤄졌고 실제 입학·학사 비리가 밝혀지는 많은 성과를 냈다. 이번 이대 입학·학사 비리에 대한 특검 수사를 통해 권력에 접근해 '아부'하거나 권력을 활용해 개인적 영달을 추구하려는 교수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대 특혜비리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교수만도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 남궁곤(56) 전 입학처장,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8명에 이른다.
이대가 특검 수사로 쑥대밭이 되면서 연·고대 특기생 등으로도 수사를 확대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특검은 이 사안은 법으로 규정된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었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다만 교육부가 연세대를 상대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특혜 입학 의혹을 조사했으나 관련 자료 부재 등의 이유로 의혹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자료보관 기한 만료로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고, 공소시효도 만료돼 수사의뢰를 하더라도 수사 개시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부 조사는 끝이 났다.
◇ 최순실 재산은 10조원대?
한 언론은 독일 수사기관이 최씨의 차명재산이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스위스·영국·리히텐슈타인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수조원대 재산을 은닉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최씨 측은 10조원대 재산설을 터무니없는 의혹 보도라고 일축했다. 최씨는 1월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근거 없는 언론 보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런 보도는) 말도 안 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특검은 최씨 일가의 전체적인 재산 규모를 비롯해 재산 형성 과정, 은닉 재산 유무를 살펴봤지만, 불법·은닉 재산과 관련해 유의미한 결론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확인한 최씨의 국내 재산은 1일 현재까지는 강남 빌딩과 평창 땅 등 200억∼300억원대 규모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검은 출범 초기 최태민씨의 영세교와 관련해 "유사종교적인 문제로 여러 사건이 파생됐다면 당연히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유사종교 수사에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관련 수사가 본격 진행되지는 않았고, 실체가 밝혀진 것도 없다고 전해졌다.
◇ "최순실 아들 靑 근무?"…미확인 의혹 보도들
국정농단 의혹 보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작년 10월 일부 언론은 "최씨 아들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탄핵 심판정 증인신문에서 "저는 아들이 없다"면서 "어떻게 (없는 아들이) 청와대에 근무하느냐"고 말했다. 검찰도 최씨 가족관계 서류를 통해 아들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일부 언론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박 대통령이 최씨를 '최 선생님'이라고 깍듯하게 호칭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선생님'은 정 전 비서관이 최씨를 부를 때 쓴 호칭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농단이 불거진 초기에는 정유라씨가 박 대통령의 숨겨둔 딸이라는 루머까지 돌았다. 이런 루머는 최순실씨를 빼닮은 정씨의 중고교생 시절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박 대통령은 정규재 TV 인터뷰에서 "품격 떨어지는 얘기다. 끔찍한 거짓말도 웬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청와대 경호실이 최순실 경호?
청와대 경호실이 2013년 강남구 청담동 최씨 오피스텔 인근에 숙소를 마련한 사실을 두고 청와대가 최씨를 경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 가족을 경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호실측은 특검의 경내 압수수색 요청에 대해 "청와대는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보안시설이어서 경내 압수수색은 안된다"며 승인을 거부했지만 최씨와 김영재 원장 등 이른바 '보안손님'을 검문검색도 제대로 않고 무사 통과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였다.
◇ 끝까지 채우지 못한 '세월호 7시간' 공백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가량 박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의문이 세월호 7시간 의혹의 본체다.
이 의혹은 애초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아니었다. 이 시간 박 대통령의 행적이 '범죄'에 해당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았다.
7시간 행적은 탄핵심판에서도 쟁점이 됐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일관되게 "당일 오전 10시 국가안보실 보고를 받고 사고 사실을 인지한 뒤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박 대통령이 이 시간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한 한인 매체가 박 대통령이 시내 한 호텔에서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으나 이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 막판에 불거진 '고영태 녹음 파일' 의혹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는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했지만, 진정성을 놓고 평가가 엇갈렸다. 의혹 고발자라는 평가와 함께 일부에선 '의인'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씨 측은 고씨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류상영 더블루K 부장,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지인 이현정씨, 최철 전 문체부 장관 보좌관 등 주변 인물들이 '사익 추구' 대화를 나눈 사실이 김 씨가 녹음한 이른바 '고영태 파일'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은 고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장악을 포함해 사적인 이익 추구를 노리고 치밀한 각본에 따라 국정농단 의혹을 과장해 터뜨렸다고 강조했다.
최씨 측은 '고영태 녹음파일'을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파일에서 고씨는 "내가 재단으로 들어갔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고영태 파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최씨의 태블릿PC 진위를 문제 삼은 연장선에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박 대통령을 겨냥한 거대한 음모라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도 "그동안 진행 과정을 좀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사익을 추구한 부분이 있다. 최씨에게 빌붙어서 이권이나 이익을 보려는 의도이고 그런 연장선 경계 안에서 대화가 이뤄진다"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최씨의 영향력을 벗어나 다른 일을 도모하려는 것은 불가하다", "고영태 등의 대화나 행위에 문제가 많지만 그렇다고 최씨의 국정농단 범죄가 없던 일로 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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