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니 쇼 '분홍 고양이모자' 넘실…베르사체, 여성 연대 강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전 세계 패션 거물들이 총출동한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27일 이탈리아 패션 거물 조르지오 아르마니 패션쇼를 마지막으로 엿새의 일정을 마감한 밀라노 패션 위크 2017-2018 가을·겨울 여성복 콜렉션은 무엇보다 반(反) 트럼프 정서로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소니가 선보인 패션쇼의 대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다음 날 전 세계에서 물결친 트럼프 반대 여성 시위의 상징물로 등장한 분홍색 '고양이 모자'(Pussyhat)가 장식했다.
미소니의 디자이너인 안젤라 미소니는 쇼의 막바지에 지지 하디드 등 슈퍼 모델은 물론 물론 방청석에 앉은 관람객들에게도 미소니가 미리 준비한 분홍색 고양이 모자를 쓰게 함으로써 여성들의 권리와 연대를 강조했다.
분홍색 고양이 모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여성 혐오증과 성희롱 전력 등을 조롱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 대선 기간 유출된 트럼프 대통령의 음담패설에서 착안됐다.
유출된 테이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5년 NBC의 연예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 진행자에게 "당신이 스타라면 여성들의 그곳을 움켜쥘 수 있다"(Grab them by the pussy)라고 말한 음성이 담겨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푸시'(Pussy)는 고양이라는 의미 외에도 속어로 여성의 성기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미소니는 관람객들에게 좌석에 비치된 분홍 고양이 모자를 쓰도록 독려하며 "이 모자는 모든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패션계가 (성차별주의자들에 맞서)결속돼 있고,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자"고 말했다.
미소니 가문의 구성원이기도 한 그는 행사가 끝난 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물리적으로는 트럼프 반대 시위에 참석한 적은 없지만 수 많은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번 쇼를 통해 패션은 모든 종류의 억압, 소수자를 존중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저항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인 베르사체를 이끌고 있는 도나텔라 베르사체 역시 이번 행사에서 모자, 스카프, 티셔츠에 이르는 자사 옷과 소품에 '연대', '사랑', '충실', '힘' 등의 문구를 새겨 넣어 트럼프로 대표되는 페미니즘 역행 세력에 대한 저항과 여성들끼리의 연대를 촉구했다.
한편, 패션 업체 마라스의 쇼에는 모델이자 이탈리아의 급진 페미니스트인 베네데타 바르치니가 7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무대 한 켠을 장식해 주목받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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