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끈 반(反)EU·反난민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이 내홍에 휩싸였다.
나이절 패라지 전 대표가 28일(현지시간) 게재된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소속 유일의 하원의원인 더글러스 카스웰을 향해 "적극적이고도 분명하게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고 있다"며 "그가 이제 (당을) 나갈 때"라며 선전포고를 날렸다.
패라지는 "그는 당과 우리 모두를 해치려는 시기와 욕구에 사로잡혀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낮 런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선 "그가 2015년 EU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모든 노력을 방해했을 때 당이 그를 거의 축출했다. 하지만 그땐 우리에게 용기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당이 그렇게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의 최대 기부자인 기업인 애런 뱅크스도 이날 카스웰을 향해 "당을 파괴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끔찍한 인물"이라고 퍼붓고 차기 총선에서 그에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내홍은 지난주 치러진 하원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좌절감이 팽배한 가운데 나왔다.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표가 69%에 달했던 이 선거구에서 두 번째 하원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무위로 끝났다.
또 패라지가 국민투표에서 한 역할을 공로로 기사 작위를 추구했다가 실패한 것과 관련해 카스웰이 패라지를 조롱한 게 발단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텔레그래프가 입수한 카스웰의 이메일을 보면 카스웰은 "제목을 뽑는 기자들을 위한 상을 받아야 한다"고 비꼬았다.
이런 가운데 카스웰 의원의 축출을 놓고 당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방담당 대변인은 이날 BBC에 "더글러스는 점잖은 행동을 해야 한다. 그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이 그를 축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 소속 웨일스 지방의회 의원인 마크 레클리스는 카스웰이 "당에 가져다줄 게 많은 만큼 계속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독립당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승리로 이끌면서 인기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이후 테리사 메이 신임 총리가 이끄는 브렉시트 이행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관심권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패라지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새로 선출된 대표가 18일만에 자진 사퇴하고 다시 새 대표를 뽑는 지도부 진통을 겪었다.
전국적 지명도를 지닌 당내 유일한 인물인 패라지가 대표직을 떠나면서 당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사그라드는 양상이었다.
당을 떠난 패라지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유세 현장과 당선 후 트럼프의 뉴욕 맨해튼 건물에서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패라지는 영국 정부와 트럼프 새 행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메이 총리는 단호히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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