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플래카드에 웨이보 항의 댓글 쇄도…관영매체 '부채질'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롯데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자 중국에서 불매 운동이 본격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거대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징동닷컴이 롯데와 협력을 연기하고 롯데 매장 앞에서 항의 시위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관영 매체들이 롯데에 대한 불매 운동을 부채질한 데 따른 영향이 적지 않아 외국 기업에 공정한 경쟁 기회를 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1일 중국 소식통 등에 따르면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이 난 뒤 징동닷컴은 자사 사이트에 롯데마트 온라인 쇼핑몰을 개통하는 방안을 전격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징동닷컴 내에서 유명 한국 브랜드 상품이 일부 사라지는 등 한국 업체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징동닷컴은 지난 2015년 롯데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지속해서 협력을 모색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사드와 함께 묶이면서 중국 기업들이 협력을 꺼리는 분위기인 것 같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중국에 공헌해온 외국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을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닷컴은 지난 1월 12일부터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 톈마오(天猫·Tmall) 관방 해외 플래그숍 영업을 전면 중지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또한 '중국을 떠나라'는 2만여개에 달하는 중국인 네티즌의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에 관한 웨이보 토픽은 조회 수만 900만건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지린(吉林)성 장난(江南) 롯데마트 앞에 10여 명의 주민이 '한국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으며 롯데가 사드를 지지하니 당장 중국에서 떠나라'라는 내용의 붉은색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했다.
또한, 중국 매체들은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시가 롯데그룹에 대해 공공장소 관리 책임을 물어 벌금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징 도심의 둥청(東城)구 공상지국은 롯데마트 충원먼(崇文門) 분점에 대해 불법광고 부착을 이유로 4만4천 위안(750만원)의 벌금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롯데 측은 벌금처분이 지난해 4월 마무리됐다고 밝혀 중국 매체들이 과거의 일을 가지고 사드와 연계해 확대 보도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매체들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 또한 불만을 내비쳐 롯데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사드 문제와 관련해 외국 기업의 성공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달렸다며 사실상 롯데를 겨냥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경영할 때 반드시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며 외국 기업의 중국에서 경영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 중국시장과 중국 소비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에서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고용과 경제 발전에 기여를 해왔는지를 중국 소비자들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정치와 경제적인 부분은 분리해서 냉정히 판단해 상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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