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유전자 첫 규명…'류케미아'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혈액암 중 하나인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 내에 비정상적인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생기는 질환이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이상이 원인으로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1∼2명꼴 정도다.
이 질환은 진단 초기에는 만성기의 순한 상태가 5∼6년간 지속하고 표적항암제에도 잘 듣는 편이다. 그러나 항암제 치료에 실패하면 갑자기 백혈병 암세포가 무한히 증식해 1년 이내 사망에 이르는 급성기로 변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가 그동안 급성기로 진행하는 원인을 밝히려고 노력해 왔지만, 결정적인 유전자를 찾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이 급성기로 악화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냄으로써 이 질환의 치료 가능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동욱(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김홍태(성균관대 생명과학과)·명경재(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14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만성골수성백혈병이 급성기로 전환하는 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 '코블1'(Cobll1)을 찾았다고 2일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이면서 혈액암 분야 권위지인 '류케미아'(Leukemia) 인터넷판에 지난달 발표됐다.
연구팀은 한국연구재단의 한국백혈병은행에 장기 보관된 90명 이상의 백혈병 검체에 대해 차세대 유전자 분석(시퀀싱)을 하는 한편 사람 유전자와 비슷한 열대어인 제브라 피쉬(Zebra Fish) 실험으로 코블1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했다.
이 결과 몸속에 코블1 유전자가 증가하면 글리벡,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슈펙트, 포나티닙 등의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만성기 백혈병이 급성기로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급성기 백혈병으로 바뀌었을 때 코블1 유전자의 발현량이 많은 환자는 최신 표적항암제로 치료해도 사망률이 증가하지만, 이 유전자의 발현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표적항암제에 백혈병 세포가 다시 잘 듣는다는 사실도 새롭게 규명했다.
따라서 코블1 유전자는 백혈병의 진행과 예후를 판단하는 지표는 물론 동시에 이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가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코블1 유전자의 기능 규명으로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가지는 만성골수성백혈병과 급성기 진행에 대한 또 하나의 퍼즐이 풀렸다"면서 "이 유전자는 다른 고형암에서도 발현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된 만큼 향후 백혈병 외의 질환으로 후속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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