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넓히고, 비용 줄인 개혁안으로 대체해야"…세액공제·HSA 확대 제안
구체적 계획 없는 폐기 주장에 민주당 반응은 '싸늘'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건강보험정책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의 폐기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이 입안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 계획 없는 폐기 의사만 되풀이하면서 미국 건강보험체계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오늘밤, 나는 의회에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대체할 것을 촉구한다"며 "선택을 넓히고, 접근을 늘리며, 비용도 줄면서 동시에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개혁안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케어의 대체안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세금공제와 건강저축계좌(HSA) 확대를 통해 미국인들이 스스로 건강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해 작년 3월 공화당 경선 후보 당시 발표했던 의료·보건 공약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 트럼프는 개인 건강보험에 세금공제를 해주고, 개인이 보험료 외에 실비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HSA를 통해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트럼프케어'를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지만, 오바마케어의 폐기수순이 그의 생각만큼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이끄는 공화당은 이번 달 말까지 오바마케어 대체 입법 추진을 개시하겠다는 밝혔지만 현재 법안의 윤곽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또 공화당 내에서 오바마케어를 대안없이 폐지했다가 수백만 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일시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대체안이 마련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오바마케어를 이끌었던 민주당도 폐기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반응 발표를 맡은 스티브 비셰어 전 켄터키 주지사는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민주당은 오바마케어를 없애려는 공화당의 모든 시도를 반대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오바마케어가 오바마 행정부의 상징적인 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9∼2010년 오바마케어 입안에 참여했던 맥스 보커스(몬태나) 전 상원 재정위원장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주장대로) 한 번에 보장범위를 넓히고, 비용을 낮추고, 질을 개선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케어 폐지 및 대체 계획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박수가 보낸 데 반해 민주당 의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부터 오바마케어가 재정부담 증가와 가입자 보험료 급등을 야기하는 최악의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오바마케어를 손질하는 행정명령을 가장 먼저 발동했고, 오바마케어의 대표적 반대론자인 톰 프라이스 의원을 보건장관으로 임명했다.
프라이스 보건장관은 조지아주의 6선 의원(공화당)으로 의원 시절 오바마케어가 의사와 환자의 의료 결정 능력을 제한한다고 비판하며 매년 오바마케어의 대체법안을 내놓았던 인물이다.
2014년 시행된 오바마케어는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목표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던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가입하도록 한 건강보험 개혁정책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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