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정책 본격 가동 위한 전초전…"美무역법이 우선"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내용의 무역법안 입안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TO의 권한과 국제경제 규칙을 중시하던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행보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보호무역정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풀이된다.
WSJ가 입수한 새 무역법안 초안 자료에는 세계 무역정책보다 미 무역법을 우선시하며 "다른 국가들이 시장을 개방하도록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한다"는 구절이 명시됐다는 점이 이런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초안은 또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는 중국, 한국, 멕시코 등의 교역 상대국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한 폭넓은 접근 방식을 담고 있다.
특히 중국을 지목,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미국의 무역정책이 엉망이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 간 분쟁 발생 시 WTO의 분쟁 조정안을 거부할 수 있는 법률적 논거를 제시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WTO의 제소를 피하기 위한 조처로 추정된다.
초안에 담긴 내용 중 시장 개방을 거부한 국가에 대한 정책도 눈길을 끈다.
이 정책은 만약 중국이 미국 투자자나 미국 수출업자에게 시장을 열지 않는다면 이에 맞서 중국의 미국 자산 매입 시도를 가로막거나 중국산 제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WTO의 역할을 부정하는 이런 무역법안이 도입되면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유지된 WTO 체제가 붕괴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취임 전부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는 등 미국의 무역적자 책임을 외부로 돌리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함께 WTO를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국제기구로 보고,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 중 WTO를 "재앙"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이런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의 사업이나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현실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자유무역을 지지하나 이는 공정 무역이기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의회 관계자는 이 초안과 관련, "최종 공개 버전에서는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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