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90세 남성이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고령 운전자가 대형 사고를 내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1일 NHK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밤 효고(兵庫)현 한 고속도로에서 3㎞를 역주행하던 경트럭이 대형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해 경트럭에 타고 있던 90세 남성이 숨졌다.
그는 2㎞ 정도 주행한 뒤 유턴해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
이 남성이 1년4개월 전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에는 치매 등의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부인은 "남편이 최근 들어 (기억을) 잘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다"고 진술해 고령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작년 11월 고령자 교통사고 문제를 "긴급 과제"라고 칭하며 관계 부처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7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가 5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지난달 20일에 센다이(仙台)에서 80대 여성이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차 3대와 자전거를 들이받은 뒤 벽에 부딪혔으며, 21일에는 나라(奈良)현에서 76세 남성이 탄 승용차가 상가 건물의 유리문을 들이받고 영업 중이던 1층 가게 안에 처박히는 사고가 났다.
24일에는 야마가타(山形)현 국도 터널 안에서 80대가 운전하던 차량이 정면충돌 사고를 냈고, 니가타(新潟)현에서는 70대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쳤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번 달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인지기능검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국토교통성의 경우 전방에 사람이 있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멈추는 자동 브레이크를 모든 신제품 차량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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