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003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이집트인 이슬람 성직자(이맘)의 납치에 연루된 혐의로 궐석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부분 사면을 받아 이탈리아 송환이 취소됐다.
1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전날 전 CIA 요원으로 미국과 포르투갈 이중 국적자인 사브리나 드 소사(60)에 대해 1년 감형을 해주는 부분 사면 조치를 단행했다.
드 소사는 2003년 2월 밀라노 거리에서 테러 용의자로 납치돼 이집트로 이송된 일명 '아부 오마르'라는 이집트 이맘의 피랍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2009년 이탈리아 법원의 궐석 재판에서 다른 미국인 22명과 함께 유죄가 인정돼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에 대한 징역형은 2006년 4년으로 감형된 데 이번 부분 사면으로 3년으로 줄어듦에 따라 당초 지난 주 포르투갈에서 체포된 뒤 1일을 기해 밀라노 사법 당국에 인계될 예정이던 드 소사는 극적으로 옥살이를 피하게 됐다. 이탈리아 법에 따르면 신병 인도 요구는 4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은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자신은 CIA의 통역원으로 일했을 뿐으로 아부 오마르의 납치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온 그는 남은 3년형도 무효화하기 위해 사법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없이 치러진 드 소사 등에 대한 2009년 재판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운영한 테러혐의자 특별송환 프로그램과 관련된 미국 정보 기관 요원들을 상대로 내려진 세계 최초로 유죄 판결이라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당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면서 이탈리아와 미국 사이에는 외교적 긴장감이 조성됐다. 당시 밀라노 검찰은 미국 측에 사건에 연루된 CIA 요원들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사건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거부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또 이집트로 강제 이송된 오마르가 수 년 뒤 구금에서 풀려난 뒤 수감 당시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인권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의 드 소사에 대한 부분 사면 결정에 미국 국무부는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에 "마타렐라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대통령궁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피고인의 태도와 함께 미국이 테러혐의자 특별송환 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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