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 40년 만에 첫 정규 앨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작곡가 강승원(58)에게는 명함 같은 곡이 있다. 고(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다.
대단한 명곡을 탄생시키고 KBS 2TV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25년간 KBS 음악 방송의 음악 감독을 맡으며 외길을 걸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앨범 한 장 없었다.
2014년 그는 고교 시절부터 40년간 써둔 미발표곡을 세상에 꺼내놓기로 했다. 이적, 윤도현, 박정현, 성시경, 존박 등의 가수들이 목소리를 보탠 덕에 지난 3년간 꾸준히 싱글로 선보였고 드디어 첫 정규 앨범 '강승원 일집'을 완성했다.
음악 인생 40년 만에 첫 앨범을 갖게 된 그는 "어찌하다 보니 한 장을 끝마쳤다"며 "이 작업이 생활 같았는데 시원섭섭하다"고 웃었다.
앨범에 새롭게 들어갈 '서른 즈음에'는 전인권이 불렀다.
"몇 년 전 종로 반줄에서 공연하는데 인권이 형이 표를 사서 왔어요. 즉석에서 형이 '서른 즈음에'를 불렀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2년 전 녹음을 한 뒤 '히든카드'로 남겨뒀죠."
이 곡은 그가 서른 살 즈음에 쓴 곡이다.
그는 "서른 살에는 나이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며 "그즈음 어느 날 오후 4~6시 사이 우연히 집에서 기타를 튕기다가 나온 노래이다. 나에게는 행운이고 고마운 곡"이라고 떠올렸다.
이 곡은 강승원이 1994년 꾸린 보컬 그룹 '우리동네사람들'이 먼저 불렀지만, 김광석이 곡을 받아가 몇 개월 먼저 내면서 노래의 '주인'이 됐다.
그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곡을 만들던 시절의 기억과 공기가 살아났다고 했다.
"곡마다 들어보면 그때의 상황이 새록새록하게 떠오릅니다. 정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모든 곡이 기록처럼 소중해요."
앨범의 첫 곡인 '20세기 캐럴'은 가장 최근에 만든 노래다. 1979년 통행금지가 해제되던 크리스마스이브, 부인과 광화문을 걷던 기억과 최근 촛불집회 때 한 부부가 걸어가는 모습이 37년의 간극을 두고 오버랩돼 쓴 곡이라고 한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본 부부의 모습, 전투 경찰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또 다른 곡 '나는 지금…'도 40대에 만든 노래다.
그는 "40대가 되면 헤어지는 분들이 주위에 생기는데 그때 아주 절친한 두 커플이 헤어졌다"며 "우리 부부도 알콩달콩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사는 것 같았다. 게다가 미국에 계신 어머니가 몸이 좀 안 좋아지셨을 때여서 뉴욕 JFK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절실한 마음으로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앨범이 완성된 것은 참여해준 가수들 덕이라고 강조했다.
"너무너무 고마워요. 그 친구들은 노래하고 난 그걸 도와주니 어찌 보면 저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업자들이잖아요. 제가 1집을 낸다는 한 마디에 막 웃으면서 흔쾌히 참여해줬어요."
그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곡들이 많다.
꾸준히 낼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막힘없이 답했다.
"지각한 신인 가수이니 2집을 내야죠. 꾸준히 낼 겁니다. 하하."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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