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법원, 이달 중순 소환 통보…엘리제궁 성명 "사법부 비난 용인되지 않아"
"피용, 국민과 약속 저버려" 캠프중책 탈퇴…중도우파 동맹도 "지지 유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횡령 스캔들로 사면초가에 놓인 프랑스 제1야당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62)이 법원의 소환 명령을 받는 등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선 완주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당내 중량급 인사가 피용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난하며 캠프 탈퇴를 선언하는 등 공화당이 '자중지란'에 휩싸인 형국이다.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 피용은 1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선거대책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가족을 허위보좌관으로 채용해 공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다시 한번 부인하고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치적 암살"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선 자체를 죽이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특히 피용은 "누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왜곡된 절차가 아니라 프랑스 국민"이라며 대선을 통해 평가받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동안 피용은 언론과 사법부가 정치적 의도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그와 아내, 두 자녀의 공금유용 혐의에 대해 예비조사를 벌여온 프랑스 검찰은 최근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사건을 수사법원에 이첩한 상태다.
수사법원은 현재 세계에서 프랑스에만 남아있는 형사사법 제도로, 검찰과 공판법원의 중간성격이지만 두 기관과는 독립적으로 별도로 운용되는 독특한 형사 체계다.
피용 사건을 넘겨받은 3명의 수사판사들은 피용 측에 수사 개시와 기소에 앞서 의견 청취를 위해 이달 15일로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피용이 오전 8시에 파리 농업박람회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급거 취소하자 그가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리 정가에 파다하게 돌았다.
그러나 피용이 예상과 달리 대선 완주 의사를 재확인하자 제1야당인 공화당과, 공화당의 중도우파 동맹 민주독립연합(UDI)에서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분이 일고 있다.
먼저 피용과 공화당 경선에서 붙었다 패한 뒤 피용 캠프에 합류한 브뤼노 르 메르 하원의원(전 농무장관)이 캠프 탈퇴를 선언했다.
피용 캠프에서 유럽연합과 외교 문제를 담당해 집권시 외교장관이 유력했던 그는 성명을 내고 피용이 약속을 어겼다면서 "신의를 지키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라며 캠프에서 떠나겠다고 말했다.
피용은 허위보좌관 고용 의혹이 언론 보도로 불거진 초반에 죄가 드러나면 대선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선에서 피용을 지지하기로 한 UDI도 긴급 회의를 소집해 피용을 계속 지지할 것인지를 논의의 한 끝에 지지를 유보하기로 입장을 모았다.
UDI 측은 다음주에 집행부 회의를 열어 피용에 대한 지지 철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회의 전까지 피용의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류하기로 했다.
피용이 자신의 스캔들이 정치적인 음모라며 검찰과 사법부를 비난한 데 대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발끈했다.
엘리제궁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사법부를 비난하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다"면서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라 조사하는 것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할 때까지만 해도 부동의 차기 대통령 '0순위'로 꼽혀온 피용은 주간지 카나르 앙셰네가 가족 세비횡령 의혹을 처음 터뜨린 뒤 지지율이 급락했다.
피용 스캔들의 반사이익을 누려온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39)은 최근 중도파 거물 프랑수아 바이루와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려 피용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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