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살에 프랑스어 배우기에 나선 미국인 아저씨의 이야기

입력 2017-03-02 09:18  

57살에 프랑스어 배우기에 나선 미국인 아저씨의 이야기

신간 '나이들어 외국어라니'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의 컴퓨터 엔지니어인 윌리엄 알렉산더는 프랑스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남자다. 22살 때 프랑스로 배낭여행을 떠난 이후 프랑스와 사랑에 빠진 그는 자신이 프랑스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꿈도 프랑스 꿈을 꾸던 그는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면 절대 프랑스인이 될 수 없다며 프랑스어 배우기에 도전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알렉산더는 외국어를 배우기엔 '너무 늦은 나이'인 57세의 중년 아저씨다.

신간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바다출판사 펴냄)는 말 그대로 알렉산더가 이후 13개월 동안 프랑스어 배우기에 도전하며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려낸 책이다.

고등학교 때 잠깐 프랑스어를 배웠지만 이후 프랑스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알렉산더는 온갖 방법으로 프랑스어 공부에 나섰다.

유명한 언어학습프로그램의 프랑스어 코스를 수료했고 팟캐스트, 교육방송도 들었다. 주말에는 학원에 다녔고 단어를 외우기 위해 기억법도 배웠다. 프랑스어로 사르트르 희곡도 읽었고 온라인 언어교환 사이트에서 프랑스 여성과 펜팔도 했다. 마지막에는 프랑스의 어학원에서 2주간 몰입 수업을 들었다. 프랑스어 방송과 영화를 끼고 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뿐만 아니다. 프랑스어를 들을 때 자기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프랑스어 배우기 전후 뇌 사진도 찍어 비교하기도 한다. 프랑스어와 영어의 역사도 살피고 촘스키의 언어 이론도 공부한다. 기계번역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도 짚어본다.

지극한 프랑스어 사랑에도 나이 들어 외국어를 배우는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왜 숫자 70을 나타내는 단어는 없고 60 더하기 10으로 70을 표현하는지, 80은 왜 4 곱하기 20인지, 세려면 곱해야 하고 곱하려면 세야 하는 프랑스어 숫자세기는 '뫼비우스의 띠' 같았다. 영어에는 없는 단어의 성(性) 구별도 난제였다.

그러나 13개월동안 900시간을 투자한 뒤에도 프랑스 친구와 만나 프랑스어로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알렉산더는 자신의 프랑스어 정복이 결국 실패했음을 인정한다.

'나이들어' 프랑스어 정복은 실패했지만 헛된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프랑스어 배운 후 인지능력이 크게 향상했고 뇌의 활동이 크게 활발해져 '회춘'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일단 시도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저자는 자신의 인생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워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실패 이후에도 프랑스어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에디트 피아프의 유명한 샹송 제목을 빌려와 글을 마무리한다. '주 느 르그레트 리앙'(Je ne regrette rien.: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황정하 옮김. 328쪽. 1만4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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