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문과 출신입니다만'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문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있다. '문과여서 죄송합니다'는 뜻의 이 말은 이공계 선호 분위기 속에 인문계 학생들의 취업난을 표현한 말이지만 점점 이 세상에서 좁아지는 문과생들의 입지를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일본의 소설가 겸 영화 제작자 가와무라 겐키(川村元氣)도 신문학과를 나온 문과인이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제작자이자 120만 부가 팔린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쓴 그는 '성공한 문과 남자'지만 이과 콤플렉스가 있었다.
수학과 물리를 어려워했고 화학과 생물도 싫어한 그는 어른이 되고 이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안심했다.
그러나 어느 날 세계를 결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사람들이 이과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세상을 움직이는 곳에 이과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일본의 성공한 이과인들을 찾아가 '이과 배우기'에 나선다.
'문과출신입니다만'(와이즈베리 펴냄)은 가와무라가 2년간 15명의 이과인을 인터뷰하면서 깨달은 '성공의 비결'을 담은 책이다.
일본의 동영상 공유사이트 '니코니코 동화'를 운영하는 거대 미디어그룹인 가도카와그룹의 가와카미 노부오 사장은 '우유부단함'을 현명함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이것저것 생각한 다음에 답을 내놓는 것이 당장 확실하지도 않은데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의미에서다. 가와카미 사장은 또 가장 좋은 승리는 경쟁하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이라면서 경쟁 없이 이기려면 기습을 하라고 충고한다.
전 세계에서 2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온라인메신저 라인의 마스다 준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는 '조령모개'(朝令暮改)가 최고라고 이야기한다. 계획에만 따른다면 계획에 없는 일은 모두 장애물처럼 여겨져 귀담아들어야 하는 충고도 잡음처럼 무시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언제든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 위험성이 적고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슈퍼마리오의 아버지'인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이사는 "게임을 만들 때 꼼꼼하게 계획해서 만들기보다는 조금씩 쌓아올려서 불안정하지만 간신히 균형이 잡히게 하는 편이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는 비결을 들려준다.
저자 가와무라는 인터뷰를 통해 문과와 이과의 차이를 알고자 했지만 결국 '이과와 문과는 똑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오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문과인이 정치와 경제, 말과 문장을 통해 산을 오르고 있다면 이과인은 그 산을 수학과 공학, 의학과 생물학을 통해 오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산꼭대기에서는 이과와 문과가 융합하기 시작했다"며 "이 책을 읽고 문과의 미래가 지향할 길을 깨달은 동료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산의 정상에 모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인호 옮김. 320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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