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단백질만 낚아 암 치료한다'…고순도 분리·정제기술 개발

입력 2017-03-02 12:00  

'특정단백질만 낚아 암 치료한다'…고순도 분리·정제기술 개발

IBS 김기문 연구팀 "질병 진단과 신약 개발 등에 활용"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암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바구니 모양의 분자 '쿠커비투릴'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만 고순도로 분리·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암의 진단을 위해 암세포의 마커(표지자)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달라붙어 정제하는 기술이 쓰인다.

기존 단백질 정제법은 반응에 쓰이는 첨가물 때문에 단백질이 변성을 일으키거나, 얻으려는 단백질 외에 다른 단백질까지 추출돼 진단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구팀이 활용한 쿠커비투릴은 속이 빈 호박 모양의 분자로, 짝이 맞는 페로센 화합물을 찾아 결합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쿠커비투릴을 낚시 도구로, '사하' 약물을 변형해 만든 분자를 미끼로 사용해 특정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단백질 낚시법'을 개발했다.

사하는 암의 일종인 '피부T세포 림프종'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로, 탈아세틸화효소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사하 미끼가 탈아세틸화 효소와 결합하면 낚시 도구인 쿠커비투릴 수용체가 다시 이들과 결합해 탈아세틸화 효소를 농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쿠커비투릴과 더 강하게 결합하는 페로센 화합물이 사하 미끼와 치환되면서, 탈아세틸화 효소만 남아 추출할 수 있는 원리이다.

질병의 기제 규명과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문 단장은 "사하 말고도 다른 약물을 분자 미끼로 이용해 암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며 "기존 단백질 정제법과 상호보완적으로 적용해 약물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지난달 1일자 온라인판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선정됐다.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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