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안보리 시리아 제재 결의안 충돌 이어 미묘한 파장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러시아가 미군의 훈련을 받는 시리아 반군 장악 마을을 오인 폭격,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미국 언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와 시리아 전투기들이 지난달 28일 시리아 알바브 인근 마을들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마을로 오인, 폭격했다.
그러나 피폭 지역은 미군의 지원을 받는 반군 시리아아랍연합이 최근 IS로부터 탈환한 곳으로, 반군 대원들 가운데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폭 당시 미군 고문관들이 피폭 지점에서 불과 5km 이내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격퇴전을 지휘하는 스티븐 타운센드 미 육군 중장은 러시아와 이라크 공군기들이 IS가 장악한 곳으로 잘못 판단해 알바브 인근 마을 몇 곳을 폭격했다며 오인 폭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충돌 예방 채널을 통해 러시아군의 폭격을 중지시켰다며 반군 대원들 가운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확인했으나 사상자 수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는 물론 시리아 전투기가 미군 측이 지목한 마을을 공습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군도 자체 목표를 공습할 때 항상 러시아와 공조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최근 수주일 새 러시아가 관련된 2번째 오폭 사고라며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에 참가하고 있는 복잡 다양한 군대 간 비고의적 충돌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도 러시아 전투기들이 알바브 인근 지역을 오폭, 터키군 병사 3명이 사망했다.
알바브 부근에는 터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민병대와 시리아 정부군, 쿠르드계와 아랍계 반군 등 다양한 성격의 무장 병력이 집결해 있다.
IS의 수도 격인 락까 탈환을 준비하는 미군은 시리아민주군(SDF) 산하 반군 조직인 시리아아랍연합을 지원하고 있다.
오폭 사고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달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제재안을 놓고 의견 충돌을 빚은 것과 맞물려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마련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관련 제재 결의안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NYT는 이와 관련,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양국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사이에 남아 있는 불화를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또 러시아가 표결 전부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표결 강행을 고집해 러시아의 도덕적 파탄을 폭로한 영국과 프랑스의 결정이 옳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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