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촛불은 시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두 번 사는 사람들 = 2011년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한 황현진(38)의 두 번째 장편소설.
소설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라는 이름의 두 남녀가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1917년생 남자 박정희는 총에 맞아 죽고, 1960년생 여자 박정희는 딸 구구를 낳고 죽는다. 구구의 아버지 조금성은 1917년생 박정희가 태어난 도시에 하숙집을 차린다.
하루 세 끼 홍시만 먹고 사는 홍시 할머니, TV 만드는 공장에 취직한 기욱과 그의 애인 순점, 운동권 청년 용태 등이 구구네 하숙집에서 살아간다. 작가가 인물들을 그리는 시선에는 재치와 유머가 담겨 있다. 그러나 기욱은 감전사고로 숨지고 순점은 사산아를 낳는 등 이들의 삶은 어둡고 불행한 쪽에 가깝다.
구구 역시 뱃속에 있을 때를 기억할 만큼 엄마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안고 산다. 그는 폭발사고를 겪고 나서 "살아서 기쁘다기보다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 홀로 남겨졌다는 것에 소외감"을 느낀다. 작가는 "삶은 태어나고 죽는 순간의 반복"이라고 썼다.
문학동네. 348쪽. 1만3천원.
▲ 난쟁이 백작 주주 = 유제프는 폴란드의 귀족 집안에서 난쟁이로 태어났다. 다른 난쟁이들과 달리 신체비례가 완벽하게 균형잡힌 데다 단정한 이목구비와 세련된 말솜씨, 춤과 바이올린 실력까지 갖춰 사교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폴란드·오스트리아·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 사랑을 받았다.
화려한 사교계 생활의 이면에는 평범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겪은 차별과 설움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박제로 만들어 전시하자거나 난쟁이 동생 아나스타시아와 근친애를 시켜 난쟁이를 계속 만들어내자는 얘기를 서슴없이 했다. 그의 별명인 '주주'는 프랑스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가리킬 때 쓰는 단어다.
프랑스 작가 에브 드 카스트로가 실존 인물인 유제프 보루브와스키(1739∼1837)의 회고록을 토대로 그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유제프는 남들 앞에 설 때의 유순한 인격과 상대를 경계하는 반항적 인격으로 자아를 철저히 분리하며 100세 가까이 살았다. 옮긴이 정장진씨는 "전기가 아닌 소설인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난쟁이 유제프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따라가며 우리 역시 운명과 사랑, 돈과 역사의 장난감이 되어 사납고 우악스러운 편견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열린책들. 480쪽. 1만3천800원.
▲ 작은 친구들 1·2 = '황금방울새'로 2014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도나 타트가 2002년 발표한 장편소설.
1960년대 중반 미국 미시시피주의 한 마을에서 아홉 살 소년 로빈이 나무에 목이 매달려 숨진 채 발견된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12년 뒤 여동생 해리엇이 범인을 찾아 응징하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을 비극에 이르게 하는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상실을 겪은 개인의 슬픔을 파고든다. 목화경제가 쇠퇴하면서 백인 중산층이 무너져내린 1960∼1970년대 미국 남부의 풍경도 엿볼 수 있다.
은행나무. 허진 옮김. 각권 372∼408쪽. 각 1만4천원.
▲ 촛불은 시작이다 =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지난해 10월 말부터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지은 시들을 엮었다. 고은 등 원로 시인부터 신예까지 264명이 한 편씩 냈다. 김이하 시인이 촛불 현장을 기록한 사진 20여 점도 실렸다.
"발밑엔 벌써 겨울입니다. 이제 이 겨울 지나면/ 온 천지 평화의 파란 나비가 날고,/ 푸른 평화의 깃발이 온 누리를 다 덮을 때까지/ 마침내 촛불이 승리할 것을 믿으며/ 오, 촛불이여 영원하라/ 오, 촛불이여 영원하라." (김종인 '촛불이여 영원하라' 부분)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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