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로 첫 방문…"뼈를 깎는 자구노력 당부"
(거제·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김연정 박초롱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1절에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042660]을 찾아가 회사 현황과 자구안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비공개 일정으로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찾아 매각 대상 자산들을 살펴보고 자구계획 이행 상황 등을 보고받았다.
금융위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을 대동하고 조선소를 찾은 임 위원장은 조선소 야드를 둘러봤다.
특히 무려 1조원의 자금이 묶여 있어 유동성 부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도 직접 눈으로 살펴봤다는 후문이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을 찾은 자리에서 임직원들을 만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 측이 적극적으로 수주 노력을 해줄 것과, 고통 분담이 없으면 경영정상화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이 쌓아놓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전하고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반드시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이 대우조선을 찾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고위 관료가 대상 기업을 직접 찾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구조조정 관련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임 위원장이 대우조선을 비공개 방문한 것은 회사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날 임 위원장이 거제를 찾았을 때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유럽 선사와의 LNG운반선 수주 계약 체결을 위해 영국으로 출장을 떠나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임 위원장의 이번 대우조선 방문은 때마침 3월 회계결산과 4월 4천400억원의 회사채 만기 등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삼일회계법인과 2016년 회계결산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필요성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이달 말 연말 기준 부채비율 등을 담은 '2016년 사업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4월에 4천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올 예정인 가운데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이달 중하순께 대우조선 회사채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은이 금융위 산하에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으로서는 금융위가 회사의 운명을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일단 대우조선이 정부와 채권단에서 지원받은 4조2천억원과 자체적으로 수립한 6조원 규모의 자구안으로 상반기까지는 문제 없이 버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 방문에 앞서 정부의 해운산업 육성의 주요 거점인 부산항도 방문했다. 부산항 방문 역시 취임 후 처음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부산항에서 "정부가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는 만큼 관계자들도 부산항의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진해운 사태가 부산항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으며, 현재는 물동량과 환적량이 종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부산항의 위상이 훼손되지 않게 할 것이며, 과거 한진해운 몫까지 곧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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