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리더십을 디자인하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길 위의 인생 = 1972년 최초의 페미니즘 잡지 '미즈(Ms.)'를 창간한 전설적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회고록.
1934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골동품상인 아버지를 따라 유랑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내 인생의 절반을 길 위에서 보냈다"며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희망과 에너지가 가득한 비결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연대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삶을 살게 된 건 '길' 위에서 만난 보통 사람들에게 귀 기울인 덕택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되짚으며 여성운동사와 미국 정치사의 뒷얘기를 풀어놓는다. 스타이넘은 지난해 미국 대선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의 멘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힐러리처럼 '백인이고 고학력이며 권력자 남성과 결혼했거나 관련된 여성'이 흔히 힐러리를 싫어하는 현상을 이렇게 해석한다. "힐러리의 남편이 늘 이 나라는 '대통령 한 사람 값으로 대통령 두 사람을 얻었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아내와 자신을 동등하게 보는 남성이었다면, 이것은 그 여성들이 권력과 존중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더 강조할 뿐이었다."
학고재. 고정아 옮김. 440쪽. 2만원.
▲ 완전한 여성 = 호주 출신 페미니스트 저메인 그리어가 거짓 성평등·여성해방을 꼬집으며 분노와 행동을 촉구한다.
1999년 출간한 이 책에서 저자는 페미니즘에 자기 만족감이 만연해 있다고 비판한다. 남성이 독점했던 영역에 진출하고 동등한 일에 같은 급여를 받게 됐다고 해서 여성문제가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면도·화장·성형수술 등 여성들이 돈을 쏟아붓는 상품들은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기반한다. 그럴듯한 평등 뒤에 여성의 몸에 대한 혐오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30년이 지나도 여성들에게 여자다움은 여전히 의무이지만 남성들에겐 하나의 선택사항에 불과하다. (…) 여성성이 열등함이라는 말로 해석되지 않으려면 아예 아무런 의미도 없어야 한다."
텍스트. 박여진 옮김. 504쪽. 2만원.
▲ 페미니즘, 리더십을 디자인하다 = "여성주의 리더십은 남녀평등뿐 아니라 평화와 다양성, 생명과 상생, 포용성 등의 대안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포괄적인 세계관을 비전으로 갖는다."
여성학·사회학·철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남성 중심의 전통적 리더십과 구분되는 여성주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전통적 리더십이 지배와 통제를 핵심으로 삼는다면 여성주의 리더십은 권위적·억압적 사회구조와 가부장제 문화의 전복을 목표로 한다. 생명·상생·포용 등의 가치를 실현하려면 기존 권력관계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힘을 우선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도 권력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상호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동녘.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기획. 288쪽.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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