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싹 트면 활착률 떨어져…일주일 앞당겨야"
산림청 "역사성·통일 대비하면 적합" 4월 5일 고집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전국 최대 묘목시장인 충북 옥천군 이원면 D농원은 최근 대형 저온저장고를 새로 지었다. 실내 온도를 영상 1도로 맞춰 묘목에서 싹이 트지 못하도록 잠재우는 시설이다.
이 농원은 한해 수십만 그루의 과수와 조경수, 화훼류 묘목을 유통한다. 묘목 거래는 언 땅이 풀리는 2월 중순 시작돼 한 달가량 절정을 이룬다.
이 농원 김정범(41) 대표는 "묘목은 새싹이 나오는 순간 상품성을 잃는다"며 "식목일까지 싹이 트지 않게 보관하기 위해 저장시설을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봄이 일찍 시작되면서 묘목시장이 혼란을 빚고 있다.
나무 심는 시기가 빨라진 만큼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946년 식목일을 지정할 당시 평균기온이 지금은 3월 중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립 산림과학원은 언 땅이 풀리고 나서 새싹이 돋을 때까지를 식목 적기로 보고 있다.
기상 자료 등을 종합할 때 평균기온 6.5도일 때 땅이 녹고, 7.3도가 되면 나무에 싹이 돋는다. 서울 기준 3월 21일과 4월 10일이 이 시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이때가 나무 심는 최적기이고, 단순 계산하면 3월 30∼31일이 한가운데다.
국립 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천정화 박사는 "싹이 돋는 것은 나무가 뿌리를 통해 물을 끌어올려 증산작용을 시작했다는 얘기"라며 "이 시기 옮겨심은 나무는 수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활착률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묘목시장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옥천지역 묘목재배 농민들로 구성된 이원묘목영농조합의 김외식 대표는 "중부지방의 나무 심는 최적기는 3월 중순∼하순"이라며 "식재 시기만 보면 식목일이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해마다 식목일에 맞춰 묘목축제를 연다. 올해 축제도 이달 31일부터 4월 4일까지 열린다.
김 대표는 "축제가 열릴 때는 사실상 묘목시장이 폐장하는 때"라며 "내부적으로 앞당기자는 주장이 있지만, 국가 기념일을 무시할 수 없어 '뒷북 축제'를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지자체도 대부분 식목일 이전에 나무를 심는다. 지난해 제주도는 2월 15일 식목행사를 했고, 경기와 충청권 지자체도 3월 24∼31일 나무를 심었다. 서울시도 4월 2일 강동구 허브천문공원에서 나무 심기 행사를 했다.
식목일을 앞당기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의됐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9년 식목일 변경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됐으나 지금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 났다
70년 넘게 이어온 국가 기념일이라는 상징성과 향후 통일시대에 대비한 결정이었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대신 산림청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3월 1일∼4월 30일이던 나무 심는 시기를 조금 확대하면서 앞당겼다.
기후대별로 ▲ 난대(제주·남부해안) 2월 21일∼3월 31일 ▲ 온대 남부(전남·경남) 3월 1일∼4월 10일 ▲ 온대 중부(전북·경북·충청) 3월 11일∼4월 20일 ▲ 온대 북부(경기·강원) 3월 21일∼4월 30일로 세분한 것이다.
2013년에도 이를 둘러싼 정부 차원의 의견 수렴이 있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통일을 고려하면 2∼3월이 적기인 남한과 4월 이후 나무를 심는 북한의 중간적인 시기가 적당하다는 논리에 승복한 결과다.
산림청 관계자는 "식목일이 4월 5일이지만, 반드시 이날에 맞추지 말고 지역별로 적정한 때를 골라 나무를 심으면 된다"며 "보수적인 접근보다 식목일 자체를 상징적인 기념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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