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수사단서 남기기 전략…기록 보관하고 비밀등급 낮추고 의회에 제출"
정보 출처· 감시대상 러시아인 신원 등에 대해선 비밀보호 강화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의 전임 오바마 행정부 일부 관리들이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전력을 다해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과 러시아 간 내통 의혹에 관한 기밀정보들을 행정부와 의회 내부에 가능한 한 널리 퍼뜨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임 오바마 행정부 관리 3명에 따르면, 이는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선거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차단하고, 이들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때 조사자들이 추적할 수 있는 명확한 단서들을 남기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 기밀정보는 영국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미국의 동맹들이 유럽 도시들에서 이뤄진 러시아 관리들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들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근들 간 접촉에 관해 미국에 제공한 정보와 미국 정보기관들이 크렘린 궁을 포함한 러시아 관리들이 트럼프 측근들과 접촉 문제를 논의하는 통신 내용을 감청한 정보들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이러한 증언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선 진영에서 활동할 당시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2차례 대화한 것으로 드러난 사실과 관련 주목된다. 세션스 장관이 지난 1월 의회 인준 청문회 때는 "러시아 측과 대화한 일이 없다"고 증언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내에선 트럼프가 러시아 측과 접촉 사실을 부인하고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은 미국 정보기관들의 날조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관련 정보가 은폐되거나 폐기되고 정보 제공자가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해 '증거 보전'조치들을 취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그러나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요즘 나오는 정보의 새로운 점이라곤, 오바마 행정부의 정무직들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변명 차원에서 거짓 얘기를 날조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증거 보전' 조치들은 관련 정보를 최대한 확산해 낮은 보안등급을 가진 관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나중에 조사자들이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었다.
일부 백악관 관리들은 정보기관 브리핑 때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정보기관들의 답변은 기록·저장되게 돼 있기 때문에 상원정보위원회를 포함해 조사자들이 어렵지 않게 발굴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정보기관들도 미가공 정보들에 대한 분석 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그 결과를 비교적 낮은 등급의 기밀로 분류했다. 미 정부 내 관련 기관들이 최대한 많이 볼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하면 유럽 동맹국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들의 정보 공유망인 인텔리피디아에 관련 증거들을 최대한 많이 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관련 보고서와 민감한 자료들을 의회에 넘기는 조치도 취해졌다. 국무부는 "기밀" 표시가 된 서류 더미를 트럼프의 취임날인 1월 20일 불과 수일 전에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벤저민 카딘 상원의원에게 제출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시도를 상세히 분석한 이 문서는 카딘 의원에 의해 외교위 공화당 의원들에게도 배포됐다.
반대로, 정보 제공 출처와 미국 정보기관들의 감시대상 외국인들의 신원 등에 대해선 기존의 접근권을 최소 범위로 줄이는 비밀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어차피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층은 이에 접근할 수 있겠지만,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임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증거 보전' 노력은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이들 정보가 현재 거의 전부 비밀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측과 트럼프 행정부 측 간 엇갈리는 주장들을 객관적으로 공개 검증하는 것이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뉴욕타임스는 말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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