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핑기구 "중요 진전" 환영…러시아, 평창올림픽 참가에 긍정신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선수들의 조직적 도핑(금지약물 복용)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자국 반(反)도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지금까지 존재해온 러시아의 반도핑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을 폭로한)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의 작업 결과와 WADA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 선수들의 확실히 드러난 도핑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WADA 보고서의 결함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러시아에서 도핑이 정부의 지원하에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WADA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그러한 일은 없고 이전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 고위인사가 직접 나서 자국 반도핑 시스템 실패를 거론한 건 처음이다.
WADA는 러시아의 도핑 대처 실패를 시인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고 나섰다.
크레이그 리디 WADA 회장은 "우리는 러시아 고위급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진전 표시에 고무됐다"며 "러시아 반도핑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푸틴 대통령의 공식적 시인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중요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캐나다 법학 교수 리처드 맥라렌이 이끄는 WADA 독립위원회는 지난해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전에 러시아 선수들의 조직적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폭로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로 인해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 논란이 일었고, 결국 육상과 역도 종목에는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가 금지됐다. 패럴림픽에는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전면 금지됐다.
WADA 독립위원회는 뒤이어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소변 샘플 바꿔치기로 국제대회 도핑 테스트를 무력화했고 연루된 선수만 30여 개 종목에서 1천 명이 넘는다'는 2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2차 보고서 공개 이후 러시아 선수단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의 도핑 실태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무마하고 자국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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