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병제로는 병력 확보 어려워"…'러 위협' 안보요인도 작용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지난 2010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지원병제(모병제)를 택했던 스웨덴 정부가 2일(현지시간) 징병제 재도입을 공식 결정했다.
특히 스웨덴은 과거에는 남성만 징병 대상으로 삼았지만, 내년부터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이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를 부활하기로 한 것은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면서 안보 상황이 불안해지고 있는 데다가 지원병제로는 충분하고 우수한 병력자원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스웨덴 정부는 설명했다.
최근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력자원 감소에 대비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행 징병제를 지원병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 군 징집 대상에 여성까지 포함한 것은 남녀 동등대우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페테르 훌트크비스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스웨덴 정부가 징병제 부활을 공식 결정한 뒤 언론에 "지원병제를 토대로 해서는 군부대의 병력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징병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웨덴 정부는 지난 1999년 이후 태어나 만 18세가 된 스웨덴 남녀에게 오는 7월께 징집 대상임을 통보하고 군 징집과 관련된 질문지에 답하도록 한 뒤 이 가운데 1만3천 명을 뽑아 군 징집 절차를 밟아서 2018년과 2019년에 매년 4천 명씩 선발해 기본군사훈련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스웨덴 정부는 안보 상황이 나빠지면 징집 대상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웨덴의 이웃인 노르웨이는 이미 작년 7월부터 여성도 군 징집 대상에 포함해 징병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도 내년부터 여성을 징집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스웨덴 야당들도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작년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 4명 가운데 3명꼴인 72%가 징병제 부활에 대해 찬성했으며 '반대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스웨덴은 지난 1901년부터 징병제를 시행하다가 지난 2010년 중도우파 성향의 정부가 지원병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사태 무력 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노골화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자발적 지원을 통해서는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결국 징병제 부활에 이르게 됐다.
스웨덴에서는 지난 200년간 자국 영토 내에서 무력충돌이 없었다.
스웨덴은 냉전 시대에 미국을 주축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바르샤바조약기구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해왔다.
대신 징병제를 통해 안보를 강화, 미국과 구소련 간 대결이 가장 치열했을 때는 한때 징병 대상 연령 남성의 85%가 군 복무를 수행했다.
스웨덴은 지난 1994년부터는 나토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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