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작곡가 강승원이 '예순 즈음에' 1집 낸 날

입력 2017-03-02 21:24  

'서른 즈음에' 작곡가 강승원이 '예순 즈음에' 1집 낸 날

전인권·양희은·김광진·장기하·존박 등 대거 참석해 축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전인권, 양희은, 정원영, 김광진, 장기하, 존박 등의 내로라 하는 가수들과 피아니스트 김광민 등이 무대가 아닌 객석에 자리했다.

예순 즈음에 첫 앨범을 낸 '지각생' 뮤지션의 호기로운 첫걸음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고(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작곡가이자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부터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25년간 KBS 음악 감독을 맡은 강승원(58).

2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K3에서 '강승원 일집'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지난 3년간 '강승원 1집 만들기 프로젝트'란 타이틀로 선보인 10여 곡의 싱글을 한 장에 엮었다.

무대 뒤에서 가수들을 돕던 강승원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명 속 주인공이 된 것이 마냥 쑥스러운 듯 더듬더듬 인사했다.

"1집이 나온 신인가수 강승원입니다. 장난같이 한 말이 현실로 됐네요. 7~8년 전 후배들이 제가 '판'을 못 내고 있으니 500만 원씩 거둬주겠다고 했는데 마침 좋은 곳에서 투자해줘 오늘 이렇게 내게 됐네요."

그는 첫 곡 '안드로메다'부터 앨범 재킷의 가사를 보면서 노래해 웃음 짓게 했다. "젊은 날 술을 많이 먹어서 가사를 못 외운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 노래는 앨범에서 성시경과 배우 정유미가 부른 곡이다.

고음에서 핏대를 세우며 얼굴을 찡그리고 바이브레이션도 없었지만 그의 투박한 음색은 수려한 가창력이 아니어도 그것대로 낭만적이었다. 음악만 파온 그의 인생을 치하하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자리한 가수들도 감상에 그치지 않고 힘을 보탰다.

이 앨범에서 '술'을 노래한 '젊은 피' 존박, 가장 '센' 트랙인 '디지털 월드'를 부른 장기하를 비롯해 즉석에서 노래 요청을 받은 김광진까지 흔쾌히 마이크를 잡았다.

장기하는 "제가 직접 만들 때는 쓰지 않는 높은음을 쓰셨다"며 "(노래할 때) 괴롭거나 웃기거나 그럴 텐데, 되도록 웃기도록 하겠다"고 있는 힘껏 고음을 질렀다.

쇼케이스 장소 섭외까지 도운 김광진은 자신의 대표곡 '편지'를 부르고는 "승원이 형은 내가 팬으로서 좋아하는 송라이터"라고 치켜세웠다.

강승원에겐 '형'이자 '누나'인 전인권과 양희은도 무대에 올라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양희은은 강승원과 자신의 곡 '당신 생각'을 듀엣 하면서 객석 첫 줄에 앉은 전인권을 바라보며 "전인권 씨에게 해 달랬더니 자긴 사랑 노래 안 한다고 해 강승원과 불렀다. 사랑 노래를 하는지 죽는 날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강승원도 "이 노래를 하고서 인터넷에 양희은 남편이라고 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앨범에서 '서른 즈음에'를 부른 전인권은 직접 가사를 써온 A4 지를 보면서 강승원의 기타 연주에 맞춰 걸쭉한 음성을 토해냈다.

전인권은 "강승원이 앨범을 낸 게 노후대책이라는데 잘 될 수 있다"며 "나훈아 선배보다 잘생겼기 때문이다. 너무 게으르지만 겸손한 후배이다. 내가 속썩일 때도 잘해줬다"고 특유의 유머를 담아 덕담을 했다.

강승원은 심적으로 아프고 속상할 때 만든 '나는 지금…'을 선사한 뒤 "제가 너무 고마워하는 분들, 사랑하는 분들 한꺼번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물론 앙코르가 나왔다.

그는 2집에 넣을 자장가이자 이별가를 선사했다.

'잘 가 내 청춘 소중하게 간직할게/ 하나둘 잊혀지겠지만 널 잊지는 않을거야~.'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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