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법안 무산·'문자폭탄' 등에 격분…대선 도전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탈당 결심을 굳혔으며, 직접 대선에 도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김 전 대표의 측근들이 전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복수의 인사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을 떠날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시기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주에라도 탈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탈당, 대선 출사표를 던질 경우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구원등판 하게 한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대선의 길목에서 대척점에 서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주변에 "이 당에는 더 있을 수 없다"는 말을 종종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대표인 그는 또한 "내가 배지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배지 달려고 이 당에 들어왔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그동안 야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탈당설이 꾸준히 나돌았지만, 김 전 대표가 지난달 중순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당내에서는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아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최근 경제민주화에 소극적인 당의 태도를 보면서 다시 탈당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전날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지만 김 대표가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인 상법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통과가 불발됐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일부 당내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법 개정안 문제에 당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고 한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정치권에 제기된 경제민주화는 실체가 없고 포퓰리즘에서 나온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도 격분한 거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인사는 "당을 장악한 문 전 대표 측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셈"이라며 "문 전 대표에게 속았다는 생각마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개헌파 의원들에게 대량의 비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이른바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김 전 대표에게도 문자 폭탄이 쏟아졌고, 이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자주 토로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당분간은 3지대에 머무르면서 대선 출마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까지 김 전 대표는 "킹메이커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본인이 직접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측근 의원은 "안 지사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안 지사의 행보를 보면서 실망감을 느낀 것 같다"며 "그럴 바에야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동반 탈당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함께 새로운 세력 형성을 추진할 수 있다.
현재로써는 최측근 의원으로 꼽히는 최명길 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의 동반탈당설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해 초 분당 사태 당시 당을 떠나려다가 김 전 대표의 만류로 당에 남은 의원들도 다수"라며 "이들 중에서 함께 움직이는 의원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승민 의원과 토론회를 하는 등 바른정당 의원들과 자주 접촉했다는 점에서 김 전 대표가 다른 정당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현재 여건상 탈당 후의 구체적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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