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임시주주총회, 4월1일 분사, 6월 업체 선정
도시바기계 1천500억원, 랜디스기어 2조원에 팔아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도시바(東芝)가 3일 반도체 부문 매각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도시바는 다음 달 1일 분사하는 반도체 부문 '도시바메모리' 지분 매각을 위한 출자기업 입찰 절차를 개시, 오는 29일까지 기업이나 투자펀드로부터 희망 출자비율이나 금액 등을 담은 출자제안서를 접수한다.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50∼100%를 최대 2조5천억 엔(25조 원)에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도시바메모리의 지분을 100% 매각하면 매각이익은 최대 1조 엔(10조 원)이 넘을 수 있다.
도시바는 3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반도체 메모리 사업 분사를 정식 결의한다. 우선협상 대상자는 6월께 선정할 방침이다.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 해도 외국 회사를 선정하게 되면 해당의 독점금지법 등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끝내는 게 목표다.
도시바는 당초 20% 미만으로 했던 반도체 부문 지분 매각을 과반으로 확대했다. 경영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동종기업이나 투자펀드들의 입찰참가를 독려해 매각금액을 높이기 위해서다.
도시바는 출자기업 측이 복수회사가 연합으로 출자를 제안할 경우도 상정, 입찰 기간에 1개월 정도 여유를 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인수전에 참여할 기업으로는 반도체 생산에서 현재도 협력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 디지털과 마이크론테크놀러지,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동종업계 기업은 물론 복수의 투자펀드가 거론되고 있다.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폭스콘)도 강한 의욕을 보인다.
궈타이밍(테리 궈) 폭스콘 회장은 전날 중국 광저우에서 디스플레이공장 착공식 후 도시바 반도체 입찰에 대해 "매우 자신 있으며 진지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입찰 최소금액을 2조엔 이상으로 제시했다.
도시바는 매각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1조엔 이상의 매각이익을 확보해 미국 원자력 사업에서 발생한 7천억 엔(약 7조 원)대의 거액손실을 메꿀 계획이다.
도시바의 다른 자산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시바는 전날 계열사인 도시바 기계의 주식 대부분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도시바가 가진 보유주식 20.1% 가운데 18.1%를 팔아 153억 엔을 확보한다. 매각이익은 55억엔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
매각 후에 도시바의 도시바기계 주식 보유비율은 2.0%로 줄어들기 때문에 도시바기계는 그룹 지분법 적용회사에서 제외된다.
도시바는 또 스위스의 스마트미터(계량기) 업체 랜디스기어(Landis+Gyr) 지분도 20억 달러(약 2조3천억 원) 선에 매각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2011년 랜디스기어를 약 23억 달러에 인수해 지분 60%를 갖고 있다. 잠재적 매수 후보로는 일부 사모펀드 등이 거론된다.
도시바는 이 밖에도 여러 자산을 팔고 있다. 그룹 회사가 운영하는 후쿠오카 현 오무타시 석탄화력발전소 일부를 다이와증권그룹계 투자펀드에 220억 엔에 매각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폐쇄방침을 밝힌 도쿄도 오메시 오메사업소도 작년 12월 노무라부동산에 100억 엔에 매각했다. 보유하고 있던 재팬디스플레이(JDI) 주식도 작년 12월 모두 매각, 30∼40억 엔을 확보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도시바 그룹의 매각 자산 후보 리스트가 나돌면서 계열사 주식들은 하락행진을 하고 있다.
추가 매각 자산으로는 구매시점관리정보(POS) 단말기를 생산하는 도시바테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도시바는 사회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건하려고 한다. 따라서 승강기 등 사회인프라 사업의 핵심이 되는 사업이 매각될 가능성은 작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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