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위기' 인구 절벽, 친환경 관광에서 답을 찾다

입력 2017-03-03 14:22   수정 2017-03-03 21:45

'지방 소멸 위기' 인구 절벽, 친환경 관광에서 답을 찾다

전남 구례, 테마파크 조성해 관광객·인구 쌍끌이 증가

인구감소지역 발전 순회 토론회…"출산 수당보다 육아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구례=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에서 KTX로 두시간을 달려 도착한 남원역에서 다시 차로 갈아타고 수십 분. 논과 밭 사이로 주변 풍경과는 다른 '산뜻한' 건물 십수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베이지색 벽돌에 붉은색 지붕을 얹은 낮은 층수의 건물은 마치 서울 교외 아웃렛을 떠오르게 했다.

3일 행정자치부와 전남 구례군 등에 따르면 이곳은 2014년 조성된 농산물 가공·유통단지이자 체험형 관광테마파크인 '구례 자연드림파크'다.

과거 구례군이 만든 농공단지를 639억원을 들여 테마파크로 꾸민 곳이다. 현재 용방면 죽정리 일대 9만여㎡ 부지에 15개 기업과 18개 공장·지원센터가 들어서 있다.

그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매장, 게스트하우스, 피트니스센터, 체험 공방, 선술집, 북카페 등 다양한 먹거리·체험 시설까지 두루 갖췄다. 우리밀 라면 생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고, 군 단위로는 흔치 않은 영화관까지 갖춰 '재심'·'헥소고지' 같은 최신 영화도 감상 가능하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구 감소로 고민하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관광객 유치와 인구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공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1965년 7만 8천여 명의 인구를 자랑하던 구례는 2005년 2만 9천577명, 2012년 2만 77명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줄었다. 그러다 지역 활성화 대책이 힘을 받으면서 2015년 2만 7천308명, 지난해 2만 7천412명까지 소폭이나마 반등했다.

행자부는 "2013년 입주 기업 3곳에 고용 인원이 38명에 불과하던 이곳은, 지난해 14개 기업에서 511명을 고용했다"며 "청년 구직자를 유입하고, 지역 학교 졸업생을 채용해 인구 증가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입주 시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가파르게 상승, 2014년 5만 6천여명에 그치던 것이 지난해에는 3배가 넘는 18만 6천여 명으로 껑충 뛰었다.

구례를 찾은 전체 관광객 수도 이에 힘입어 같은 기간 182만 4천여 명에서 254만 9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행자부는 "농산물 생산에서 나아가 가공식품을 생산·유통하고 기술 연구까지 결합한 사례"라며 "지역민의 소득 창출은 물론, 납세·지역 농산물 구매 등으로 272억원에 달하는 직접 경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소개했다.

행자부는 이날 이곳에서 전라남도, 구례군, 한국지방자치학회 등과 함께 '제1차 인구감소지역 발전 순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지방소멸'이 현실화하는 상황에 대응해 새로운 지역발전 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김금용 구례군 부군수가 '구례군 지역 활성화 정책'을 구례 자연드림파크 등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했고, 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지역발전정책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연구기획실장은 국토·도시계획 정책이 여전히 개발·효율성 위주로 짜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인구 감소에 따라 국토·도시개발 규모는 장기적으로 축소돼야 하지만 이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지자체는 도시계획시설을 유치·확보하기 위해 인구가 감소세임에도 오히려 (미래 인구를) 과다하게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지역발전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가 지원정책은 보건사회 정책 위주로 편중돼 있다"며 "출산 수당 등 직접 지원보다는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등 간접적 지역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 인구 유입 촉진 ▲ 커뮤니티 유지 ▲ 지역 특화산업 육성 ▲ 지역 마케팅 강화 ▲ 생활권 위계별 서비스 제공 ▲ 생애주기별 맞춤형 시설 공급 같은 추진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김대성 광주전남연구원 기획경영실장, 윤창수 서울신문 차장, 박간재 전남일보 부장, 이용일 행자부 인구감소지역발전추진단 부단장이 토론을 벌였다.

김 기획경영실장은 "2040년이면 전남 지자체 22곳 가운데 17곳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공교통을 축으로 도시의 밀도를 높이는 거점집중형 도시, '압축도시'를 모색해야 한다. 거점을 중심으로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거점 간에는 편리한 공공교통을 활용해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부단장은 ▲ 인구 유출을 완화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 정책 ▲ 새로운 인구 흐름 창출 ▲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기업 유치 관련 규제·특례 재검토 ▲ 지자체간 협약제도 도입 같은 중앙정부의 인구 감소지역 발전 대책을 소개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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