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금호 영아티스트' 전시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검은 장막을 걷고 들어간 전시장의 한쪽 구석에서 빛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쿵쾅대는 소리가 들린다. 지하철 승차장에 선 채 선로 끝에서 달려오는 지하철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수십 개 막대 조명이 불을 밝혔다 끄기를 반복한다. 차량이 덜컹대며 지나는 소리, 요란한 사이렌 소리, 낯선 외국어들이 귓가에 윙윙댄다. 발을 딛고 선 곳은 지하 1층 전시장인데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 절로 든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3일 개막한 '2017 영아티스트' 전시에 참여한 손경화의 작품 '어디에도 없는 파편의 공간; 이름없는 사물, 실체 없는 이름이 있는 곳'이다.
이번 전시에는 파리와 시카고, 런던 등지에서 학업과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의 삶이 담겨 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를 따라 도시를 배회하곤 했다는 작가는 그때 녹음한 소리와 스마트폰에 메모한 생각 등을 모아 작품을 완성했다.
작가는 "새로운 도시에 갈 때마다 그곳에 살지만 이방인인 저를 보면서 외부자이면서 내부자이고, 마치 유령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관람자 또한 그렇게 '사이의 공간'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4년 시작된 '영아티스트' 전은 금호미술관이 공모를 통해 잠재력이 돋보이는 35세 이하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손경화와 이동근, 최병석, 황수연 등 지난해 제15회 공모에서 선정된 4명의 개인전을 연다.
1층에는 모래, 알루미늄 포일, 종이를 두드리고 자르고 뭉치고 칠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새로운 '몸'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황수연 작가의 조형물이 전시됐다.
가정을 꾸리면서 세 사람분의 삶을 책임지게 된 '3인용'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공간 설치로 풀어낸 최병석 작가의 작품이 다음 층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마지막 3층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린란드를 채집한 정보와 상상의 과정을 통해 구현한 이동근 작가의 설치 작업이 전시됐다.
전시는 4월 2일까지 열린다. 문의는 ☎ 02-72-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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