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 주에 소재한 세계최대 중장비제조업체 캐터필러(Caterpillar)가 조세회피 혐의로 연방 당국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NPR)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IRS) 범죄수사과와 상무부 수출집행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3개 연방기관에서 파견된 조사요원들이 이날 일리노이 중부 피오리아에 소재한 캐터필러 본사와 인근 2개 지역(이스트 피오리아·모튼) 사무소를 급습했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은 캐터필러가 수출 관련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발부됐다고 NPR은 설명했다.
캐터필러 측은 이번 조사가 지난 8년간 계속된 조세회피 의혹과 관련이 있음을 시인했다.
트리뷴은 "캐터필러는 1999년 스위스에 설립한 부품제조 자회사 '캐터필러 SARL'(CSARL)를 이용하고 절세 전략을 펴다 연방 상원의 조사를 받았으며 주주들로부터 제소당해 10억 달러 벌금을 물었다"고 부연했다.
연방 상원은 2014년 '캐터필러의 해외 세금 전략'이라는 타이틀로 총 99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는 캐터필러가 CSARL을 이용해 13년간 24억 달러를 탈세한 것으로 추산하면서 "해외에서 판매된 부품 이익 대부분을 CSARL로 몰아주었으나 CSARL이 어떻게 사업을 운영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주주들은 캐터필러와 회계법인 'PwC'를 신의성실의무'(fiduciary duties) 위반 등의 혐의로 제소했다.
연방 상원의 조사는 전직원 대니얼 슐릭스업이 2009년 부당 해고 소송을 내면서 "캐터필러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해외에 유령 회사를 세우고 수익을 빼돌렸다"고 주장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15년 캐터필러는 IRS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세금신고서를 검토한 후 세금 인상 및 10억 달러 벌금을 제안하고, 동시에 CSARL로부터 세금을 거둘 수 있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피오리아 공영라디오는 "이번 압수수색의 1차 목적은 CSARL 관련 증거를 찾는 것이지만, 그외 캐터필러의 해외 비즈니스 실적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터필러는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순위 59위에 올라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업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날 연방 당국의 합동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후 캐터필러 주가는 전날 대비 4.22% 하락한 94.3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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