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 한마디에 피붙이마저 살해…천륜 흔드는 사건들

입력 2017-03-03 15:09   수정 2017-03-03 21:47

무속인 한마디에 피붙이마저 살해…천륜 흔드는 사건들

"귀신들렸다"·"악귀씌었다"…끔찍한 자녀 살해 잇따라

전문가 "무속인에 대한 강한 집착은 세뇌 일으킬 수 있어"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딸이자 손녀인 세 살배기 아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온몸 피하출혈이 일어 숨질 때까지 무차별 폭행한 20대 싱글맘과 외할머니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의 발단은 어처구니없게도 "아이에게 귀신이 들렸다"는 무속인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속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현실과 망상을 혼동하는 세뇌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달 21일 오전 경기 이천의 한 병원에 A(3)양이 친모 최모(26)씨와 외할머니 신모(50)씨 품에 안겨 들어왔다. 온몸에 멍이 들어있던 A양은 이미 숨진 뒤였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담당의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최씨 등을 붙잡았다.

조사 결과 최씨 등은 지난달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딸이자 손녀인 A양의 온몸을 복숭아나무 회초리와 훌라후프 등으로 하루에 1∼2시간가량 마구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최씨는 이혼을 겪으며 우울증을 앓던 중 귀신이 보이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됐다.

그는 모친인 신씨가 동네에서 10년가량 알고 지낸 무속인(40대·여)을 찾았고, "아이에게 귀신이 들린 것이 맞다"는 말을 듣게 됐다.

최씨 등은 무속인의 말에 나름대로 해결책을 강구하다가 복숭아나무가 귀신을 쫓는 데에 효험이 있다고 보고, 이를 폭행 도구 삼아 A양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했다.

악귀를 운운하며 혈육을 살해한 사건은 지난해 경기 시흥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8월 19일 김모(55·여)씨는 자신의 집에서 아들(27)과 함께 흉기와 둔기를 사용, 딸(당시 25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의 목을 자르는 등 훼손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애완견의 악귀가 딸에게 씌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그의 조모는 과거 무속인이었고, 결혼 전 한동안 신병(神病)을 앓았던 것으로 경찰 탐문 결과 밝혀졌다.

악귀 운운한 김씨와 그의 아들은 정신감정을 받았으나 정신분열 등 특별한 질환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모자 사건'의 경우 평범한 삶을 살던 이가 무속인의 말에 의해 범죄자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례다.

어머니 이모(46·여)씨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남편과 시아버지 등 44명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며 36차례에 걸쳐 수사기관 11곳에 허위 고소했다.

그는 10대 아들 2명에게 성범죄 관련 내용을 주입해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하게 하면서, 유튜브에 "저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려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는 이씨 부부의 재산을 노린 무속인 김모(57·여)씨의 배후조종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 과정에서 시아버지에게 증여받은 이씨 부부의 부동산 50억원 중 상당액은 수년에 걸쳐 김씨에게 넘어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속인 혹은 무속신앙에 대한 강한 집착은 세뇌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분열까지 아니더라도 잘못된 신념에 오래 노출되면 일종의 사고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라며 "현실과 차단된 자신들만의 믿음 안에서 집단을 이루다 보면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흉악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확한 것은 진술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가정 내에서 자녀는 어머니의 정신세계를 따르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래도 친모는 친정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무속신앙이나 무속인에 대한 강한 집착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게 되는 세뇌를 일으킬 수 있다"며 "사람은 심리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가족 간 연결망이 튼튼하지 않다면 이단 종교 등에 의존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에 연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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