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만성적인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급기야 경찰을 동원하는 비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경찰과 국가안보국은 공동 단속반을 편성해 지난 몇 달 동안 전국 각지에서 규정을 위반한 환전상들을 일제히 검거해 이들이 소지한 달러를 몰수하고 영업 허가를 취소하고 있다.
단속반은 일부 환전상들을 정보원으로 삼아 정부가 지정한 환율보다 높은 환율을 요구하는 동료들을 고발토록 하고 있다. 지난달 단속반은 북부 도시 카두나의 한 가옥에서 밀반입된 900만 달러를 압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수십 년간 수도 아부자의 셰라톤 호텔 건너편에서 모여있던 수백 명의 암달러상은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흩어져 달아나거나 망을 보는 사람을 두고 단속에 대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경찰을 동원하게 된 것은 지난 2년간 벌인 환율 방어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달러화 대비 나이지리아의 통화인 나이라화의 가치는 수출이 급감한 여파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수십억 달러의 보유 외환을 풀어 나이라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달러당 199나이라였던 고정환율을 지켜내지 못했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6월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이후 달러화 대비 나이라화 환율이 달러당 315 나이라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더 많은 보유 외환을 풀어야 했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나이라화의 가치는 최대 45% 폭락한 상태다. 올해 2월 암시장 거래 환율은 처음으로 달러당 520나이라를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의 암시장 환율은 달러당 450나이라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공식 환율보다 여전히 25% 이상이 높은 것이다.
수입업자들은 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가 필요하지만, 달러를 바꿔줄 만한 은행 지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행과 유학, 해외 진료를 위해 달러가 필요한 일반인들의 사정도 다급하다.
암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몰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운 좋게 달러를 확보한 사람들은 더 높은 환율을 노려 좀처럼 달러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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