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1년] ①인공지능에 '올인'한 세계 IT업계

입력 2017-03-06 13:00   수정 2017-03-06 13:16

[알파고 1년] ①인공지능에 '올인'한 세계 IT업계

구글·MS·페이스북·IBM 등 앞다퉈 기술비전 제시·상용화

언어인식에서 의료진단·전략결정까지 다양한 응용

<※ 편집자 주 = 작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한국기원 소속 이세돌 九단 사이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5번기는 세계 과학기술과 두뇌스포츠의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4대1로 이 九단을 꺾은 이 이벤트를 계기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습니다. 연합뉴스는 딥마인드 챌린지 개최 1주년을 앞두고 국내외 인공지능 연구 진행 상황, 인공지능이 미래 사회에 미칠 영향, 알파고 이후 바둑계의 움직임 등을 다룬 기사 4건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개인의 대국 결과와는 관계 없이 이 자리의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개막을 하루 앞둔 작년 3월 8일 기자회견에서 에릭 슈밋 알파벳 회장이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발전할 때마다 인간 한명 한명이 똑똑해지고 유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 말이다.

"컴퓨터 과학자로 평생을 살면서 이미 1960년대에 이번 대국(구글 딥마인드 챌린지)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30년 동안 인공지능(AI) 영역은 혹한기였다"는 게 슈밋 회장의 회고였다.

그러나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九단이 벌인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인류는 인공지능이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라 이미 현실임을 실감하게 됐다. 인간이 고안한 가장 오묘한 게임으로 꼽히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 최강자를 꺾은 것은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음을 만방에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구글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세계 정보기술(IT)업체들은 이 이벤트가 끝난 후 앞다퉈 자사 인공지능 기술의 비전을 과시하고 나섰다. '인공지능 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IT 기업들이 현재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분야는 언어 인식과 이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3월말 '빌드 2016' 개발자회의에서 앱(app)의 시대가 가고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AI) 봇(bot)의 시대가 왔다고 강조하며 "모든 것에 지능을 불어넣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플랫폼으로서의 대화'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인공지능 기기가 인간 언어를 이해하도록 훈련시켜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컴퓨팅의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MS 등은 몇 년 전부터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 인공지능 비서와 메신저 챗봇(대화하는 앱) 등을 내놓았다.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스피커 등에 탑재된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MS 코타나' 등이 그 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도 이 분야 연구와 제품 개발에 힘써 왔으며, 특정 조건에서는 사람 말을 인식하는 정확도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언어 인식·이해 기술의 응용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기계번역'도 각광을 받고 있다.

구글과 MS 등은 이런 서비스를 스마트폰과 웹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직 인공지능의 언어 이해 수준이 피상적이어서 번역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고 오역도 많지만, 틀에 박힌 유형으로 쓰인 기술 문서나 단신 뉴스 기사 등은 이해에 큰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자동 기계번역이 가능하다.

사진이나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 얼굴이나 물체의 정체를 인식하는 기술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미 실생활에 널리 쓰이고 있다.

애플·구글·페이스북 등은 사용자가 사진이나 영상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등장 인물이 누구인지를 얼굴 인식 기술로 파악해 자동으로 분류하고 태그를 달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검색에도 이런 기술이 적용됐다. 2년 전만 해도 사람을 고릴라로 인식하는 어이없는 에러도 있었으나 급속히 성능이 향상됐다.

또 사진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해 인공지능이 사진 내용을 판별해 말로 설명해 주는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작년 4월 'F8' 개발자회의에서 향후 10년간 페이스북의 사업 비전을 제시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 목표는 사람보다 시각, 청각, 언어 등의 인식을 더 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턴 인식과 데이터 검색에 탁월한 인공지능의 능력을 활용해 인간 전문가의 판단을 돕는 기술도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의료 진단, 재무·회계·세무 처리, 마케팅 분석 등이 적용 예다.

특히 자연어 형식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 '왓슨'은 전문가 시스템 시장을 왕성히 개척하고 있다.

왓슨 기반 시스템은 암 등 질병 진단, 환자의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질병 치료법 결정, 쇼핑 데이터를 활용한 대고객 서비스 개발, 리스크 분석에 입각한 투자 판단과 포트폴리오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구글 역시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료를 판독하고 당뇨성 망막병증, 유방암 등 여러 질병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구글과 MS 등은 최근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는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아직은 단순 코딩 작업을 할 때 인간의 수고를 덜어 주는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가능성까지 여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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