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전도사로 변신한 전직 은행 지점장이 펴낸 '판도라'

입력 2017-03-05 09:00   수정 2017-03-05 12:18

탈핵 전도사로 변신한 전직 은행 지점장이 펴낸 '판도라'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 대표 강연 이어 '판도라 핵발전의 몰락' 출간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영업을 하기 위해 우연히 찾은 환경단체 사무실이 인생을 바꿨다.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66) 대표는 국내 굴지의 은행에서 착실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다.

그는 1970년대 초 창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장 국내의 한 국책은행에 취업했다.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형편이 넉넉한 사람은 드문 시절이었다. 그러나 못다 이룬 학업의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창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군 복무를 마친 뒤 부천으로 지점을 옮겨 방송통신대학교와 서경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주경야독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1989년 그는 우연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은행 영업을 하기 위해 지점 근처에 있던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찾은 그에게 그곳 관계자가 대뜸 회원가입을 권유한 것이다.

얼떨결에 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된 그는 이후 그곳에서 시민 환경교육 수강을 하며 본격적으로 환경 공부를 했다.

낮에는 은행을 갔다가 밤에는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관련 공부나 활동을 하는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아는 게 병'이었던가. 환경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당시 서울에 버스 매연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길이 매연 탓에 뿌옇게 변한 게 성장의 훈장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죠. 그런 시절에 1년에 버스 100대가량을 매연을 많이 내뿜는다고 서울시에 신고했어요. 그랬더니 서울시에서 모범시민상을 주더군요. 회사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이후로 회사 사보에 환경 관련 글을 기고하고 연수원에서 환경과 관한 특강도 하게 됐죠. 환경 인식이 미비한 시절이었습니다."

그의 노력 덕분에 회사는 '녹색환경신탁'이라는 환경 관련 상품도 출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상품에 가입하고 5천억원에 달하는 실적을 올릴 정도로 성공했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을 설득해 환경운동연합 초대 회장으로 초빙한 이도 바로 그였다.

환경 관련 전문성 덕분에 회사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서울 본점에서 근무하다 1997년 지점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창원으로 발령이 난 뒤에도 그의 '이중생활'은 계속됐다. 경남 환경단체인 마창진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운동을 이어간 것이다.

2011년 그는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력 전문가 과정을 수강하며 탈핵학교도 만들어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일을 병행했다. 2007년 퇴직을 한 뒤 서울에서 잠시 의류·고철 관련 사업을 하던 때였다.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던 그는 2012년께 '전업 환경운동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사업도 접은 뒤 창원으로 내려왔다.

창원에서도 원전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한 그는 4년 전부터 관련 강의도 시작했다.

지금껏 원전 관련 강의만 100회가량 한 그에게 작년부터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 경주에서 지진이 나며 원전 안전성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강연을 이어오던 그는 더 많은 사람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알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최근 '손바닥 헌법 책'이라는 책자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손바닥 크기의 원전 관련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면 굳이 강연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원전의 위험성에 관해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올 1월 초판으로 3천부를 찍은 '판도라 핵발전의 몰락'이라는 소책자는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책자는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현황, 방사능의 위험성, 세계 사고 사례, 재생에너지 전환 등 내용으로 구성됐다.

반응이 좋아 현재 500부가량만 남았다. 조만간 1천부 정도를 더 찍을 계획이다.

"정부는 클린 에너지라고 원전을 홍보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원자력은 경제성, 안정성 측면에서 믿고 사용할 에너지원이 되지 못합니다. 독일이나 미국 등 '원전 선진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고 있어요."

그의 원전 위험성을 경고하는 설명은 끝이 없었다.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집니다. 인구, 산업시설이 밀집된 우리나라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보다 피해가 더 클 겁니다. 현재 1.9% 수준의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로 올리기만 해도 전력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는 올해가 우리나라에서 모든 핵발전소를 없애는 운동을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6월 고리 1호기가 멈추면 원전이 없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국민에게 인식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다수 대선주자들이 원전 신규 건설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전 정책은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짐을 지우는 것입니다. 사용후 핵연료 등 원전으로 망가진 환경은 고스란히 우리 다음 세대에게 넘어갑니다.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죠. 다행히 요즘 원전에 반대하는 국민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미래를 위해 궁극적으로 원전은 없어져야 합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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