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업장서 생긴 환경오염, 귀책사유 없어도 배상…공동책임" 확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열차 운행 소음을 견디다 못해 휴업한 축산농가에 열차 운행을 맡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철로 관리를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함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업장의 환경오염 요인에 의해 손해가 생겼다는 관계만 인정되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무과실 책임' 원칙이 적용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5일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정모(72)씨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공사와 공단은 연대해 8천678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그 사업자나 원인자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원심판결에는 변론주의 위반 또는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남 김해시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던 정씨는 2010년 11월부터 시작된 부산신항만 배후철도 열차 운행으로 한우에 유·사산이나 성장 지연, 수태율 저하 등의 피해가 발생하자 농장을 휴업하고 공사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정씨는 농장에서 불과 62m 떨어진 곳에 철도를 건설하면서 공사와 공단이 소음과 진동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농장에서 측정한 최대 소음도는 가축피해 인정기준 소음인 60데시벨(dB)을 훨씬 넘는 78데시벨(dB)로 측정됐다. 열차는 하루 평균 24회 운행됐다.
공사와 공단은 서로 소음 원인을 떠넘기며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열차 운행을, 공단은 철도시설 관리를 담당한다.
1심은 "소음은 공사가 운행하는 열차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철로를 건설하고 관리한 공단도 책임이 없을 수 없다"며 양쪽 모두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배상액은 농장 이전 비용과 이전으로 발생한 피해, 농장의 교환가치, 13개월 휴업 손해 등을 인정해 1억2천881만원으로 책정했다.
2심은 휴업 손해를 9개월로 낮추고, 책임비율도 90%만 인정해 배상액을 8천678만원으로 줄였다. 대법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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