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동성애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잇따라 상영이 불허됐다.
5일 인도 일간 DNA 등에 따르면 인도 중앙영화심의위원회(CBFC)는 남성 동성애자 화가 등 3명의 젊은이의 생활을 담은 자국 영화 '카 보디스크레이프'가 동성애를 미화한다며 등급 분류를 거부해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못하게 했다.
CBFC는 또 이 영화가 힌두교를 경멸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도 심의 거부 이유로 내세웠다.
CBFC는 지난달에는 여성주의 관점에서 소도시에 사는 네 여성의 삶을 다룬 자국 영화 '립스틱 언더 마이 부르카'에 심의 거부 판정을 내려 많은 영화인의 비판을 받았다.
이 영화는 인도 개봉에 앞서 영국 글래스고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등 인도 안팎의 영화제에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음에도 CBFC는 "음란한 소리와 욕설 및 성적인 장면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반 영화관 상영을 허용하지 않았다.
CBFC는 나아가 "이야기가 여성 중심적"이라는 것도 심의 거부 사유로 들어 여성들의 반발을 샀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알란크리타 슈리바스타바 감독은 "CBFC는 스토킹이 사랑이고 성희롱을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적인 관점에 익숙해서 이 영화의 여성적인 시각이 두렵고 불편한 것"이라며 CBFC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영화가 상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영국 BBC에 밝혔다.
CBFC는 지난해에도 인도 북부 펀자브 주를 배경으로 마약에 빠진 젊은이들의 모습을 다룬 영화 '우드타 펀자브'에 89컷을 한꺼번에 삭제하라고 명령해 해당 영화제작자로부터 "여기가 북한이냐"는 힐난을 들었다.
또 2015년에는 할리우드 영화 'OO7 스펙터'의 키스신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지시하기도 해 등급 분류 권한을 넘어 사실상 검열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일부 영화인들로부터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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