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 위험성 경고" vs "시장논리 역행 지나친 규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공매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종목의 거래를 제한하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가 이달 말 부터 시행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일방적이다시피 한 '농간'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매도는 앞으로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 주식을 빌려 팔고 그 뒤에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빌린 자금을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게 된다.
공매도 투자는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고 하락장에서 증시 유동성을 높이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변동성 확대나 투기 세력 개입 가능성 등 부정적 영향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왔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특정 종목의 공매도 비율이 높아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 대응도 제대로 못한 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행 제도상 개인은 외국인·기관에 비해 공매도를 활용하기 쉽지 않은 데다 관련 정보 입수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과도한 공매도로 인한 비정상적인 주가 급락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거래소는 최근 공매도 비중·주가 하락률·공매도 비중 증가율 등 과열종목 지정 요건에 대한 세부기준을 정비하고 한 달간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7일부터 관련 제도 시행에 들어간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은 ▲ 당일 거래 가운데 공매도 비중 20% 이상(코스닥·코넥스 시장은 15% 이상) ▲ 공매도 비중 직전 40거래일 평균 대비 2배 이상 증가 ▲ 주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 등이다.
거래소는 위의 세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한 종목을 당일 장 종료 후에 골라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그 다음 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한다.
다만, 주식시장의 유동성 공급과 시장조성호가, 주식워런트증권(ELW)·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의 유동성 공급을 위한 헤지거래 호가, 파생상품시장의 시장조성을 위한 헤지거래 호가는 공매도 호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제도를 상당히 높은 수위의 공매도 규제로 보고 있다.
기존 공매도 관련 규제는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공매도 공시제도 등 보고에 무게 중심을 둬왔는데 과열종목 지정제는 공매도 행위 자체를 제한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규제 수위에 비해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나 지나친 주가 하락 방지 등 기대한 효과로 이어지기보다는 시장논리를 거슬러 적정한 주가 형성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5일 "주가 전망이 좋지 않은 종목은 매도하는 게 상식적이다"며 "공매도도 그러한 주식 매도의 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이 아닌데 과열종목 지정에 따른 거래 제한은 지나친 규제"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피해가며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성 공매도 등과 관련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으로 공매도 관련 규제는 행위를 금지하기보다는 신고를 통해 적절히 거르는 추세인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이에 역행하는 강도 높은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1년간 공매도가 과열됐던 종목들의 주가 추이를 보면 하락한 종목도 있지만 올라간 경우도 많았다"며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만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인데 과열종목 지정제로 이를 막아버리면 시장 논리에 어긋나는 주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성채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이와 관련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가 시장논리에 약간 반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지정 요건을 정하면서 그런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라 부장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공매도가 너무 집중되는 종목을 밝혀 주가가 지나치게 빨리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더 신속하게 제공해 주가 하락 위험성을 경고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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