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깊어진 독일-터키…에르도안 "獨 기자는 스파이" 맹비난

입력 2017-03-04 10:07  

앙금 깊어진 독일-터키…에르도안 "獨 기자는 스파이" 맹비난

디벨트 특파원 구속 놓고 양국 신경전…"PKK의 대리인"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터키 당국의 독일 일간지 특파원 구속을 둘러싸고 두 당사국 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한 시상식에서 연설하며 최근 구속된 독일 유력지 디벨트의 데니즈 이위젤(43) 기자에 대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대리인이자 독일의 첩보원"이라고 주장했다고 dpa, AP 통신이 보도했다.

또 독일 당국이 이위젤 기자를 넘겨주기로 합의하기 전까지 약 한 달간 이스탄불 주재 독일 영사관에 숨겨줬다고도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들은 테러를 돕고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과 터키 이중국적자인 이위젤 기자는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PKK 지도자 제밀 바이으크와 인터뷰한 후 지난달 중순 테러 선전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락 에너지장관의 이메일 유출사건에도 연루됐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7월 쿠데타를 진압한 이후 언론사 130곳을 폐쇄하는 등 '무더기 숙청'을 벌였지만 이처럼 독일 기자를 구속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일 "독립적인 저널리즘이 존재할 수 있어야만 하며, 저널리스트들은 자기 일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분명한 어조로 지적하면서 이위젤 특파원의 석방을 촉구했다.

여기에 독일 지방정부가 2일 개최 예정이었던 터키계의 대통령 중심제 개헌찬성 집회를 불허하면서, 터키 법무부 장관이 독일 방문을 취소하고 터키 외교부가 독일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들(독일 정부는) 우리에게 '왜 사안에 부채질하느냐'고 말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막 시작했을 뿐이며 여러 국제회의에서 (독일이) 한 일을 모두 폭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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