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제한 G20 국가 중 최고수준"…유럽의회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중국은 외국 기업에 어려운 시장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내 시장 규제와 차별적 시장 관행은 사실상 외국 투자자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2015년 '주요 20개국(G20) 보호무역주의'(Protectionism in the G20) 보고서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면서 중국의 불공정 보호 무역 관행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G20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무역제한 조치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로 드러났다.
5일 유럽의회의 'G20 보호무역주의' 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EU)이 2013∼2014년 G20 회원국을 포함한 EU 주요 무역 상대국 31개국을 대상으로 신규 무역제한 조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국은 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31개 조사 대상국이 새로 도입한 170건 가운데 중국이 13.5%에 해당하는 23건으로 2위였으며 러시아(32건, 18.8%)가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인도(16건, 9.4%), 인도네시아(14건, 8.2%)가 이었다.
미국은 8건(4.7%), 일본은 4건(2.4%)이었으며 우리나라는 1건(0.6%)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아르헨티나 등 G20 회원국과 이집트,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총 3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무역제한 조치 가운데 한 부분인 '국경 내 장벽'(behind the border barriers)만 살펴보면 중국이 단연 1위였다.
국경 내 장벽은 관세와 같은 국경 간 장벽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통상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정부규제나 규범을 일컫는다. 기술 규정이나 현지 조달 의무, 외국 기업 투자·설립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수입품이나 외국 업체를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기간 조사 대상국이 새로 도입한 국경 내 장벽 조치 총 34건 가운데 중국이 가장 많은 9건(26.5%)이나 됐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각각 5건(14.7%)으로 집계됐다.
유럽의회는 중국의 보호 무역 조치가 분유 등 소비재와 정보기술(IT) 상품·서비스, 특허에서 정부 조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는 구체적 사례로 2014년 외국 분유 기업 등록제 시행을 꼽았다. 중국 정부는 당시 수입 분유들에 수입 전 중국어 상표가 부착돼 있어야 한다는 등 제품정보 사전등록을 의무화한 외국산 분유 수입 규정을 마련했는데 이는 외국산 분유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IT 부문에서도 정부 조달 품목에 새로운 시험 절차 등을 추가로 요구했으며 업무차 공무원이 여행할 때 외국 항공사보다는 중국 항공사를 이용하도록 한 조치도 이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EU가 2013년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유럽산 와인에 대해 반덤핑 혐의 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문제로 지적했다.
유럽의회는 "국경 내 장벽이 2013∼2014년 많이 증가했는데 중국이 G20 국가 중 가장 많이 이 조치를 적용했다"면서 "중국이 저성장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에 진입하면서 더 많이 보호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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