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되 엄한' 박기원 리더십, 대한항공을 정상으로

입력 2017-03-07 21:46  

'자유롭되 엄한' 박기원 리더십, 대한항공을 정상으로

선수들, '최고령 지도자'와 편하게 대화…숙소 이용도 자유로워

훈련 시작하면 '호랑이 감독' 변신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사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선수가 감독과 편하게 대화하기가 좀 그렇잖아요. 근데 저희는 그런 게 없어요."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세터 한선수(32)가 사령탑 박기원(66) 감독을 떠올리며 전한 팀 분위기다.

박 감독은 프로배구 최고령 지도자지만, 선수들은 '큰아버지뻘'인 그를 의외로 편하게 대한다.

한선수는 "외국에서 오래 지내셔서 프리한(자유로운) 면이 있다"며 "덕분에 선수들이 얘기할 게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았다.

박 감독이 이끈 대한항공은 2010~2011시즌 이후 6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일궜다.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삼성화재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의 승리를 거두면서다.

1970년대 센터 플레이어로 국가대표팀을 이끈 박 감독은 1980년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해 해외 진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이후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이탈리아 리그에서 감독 또는 코치로 활약했고, 2002년부터 2006까지 이란 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다.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LIG 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감독으로 V리그에 몸담았고, 이후 2011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지낸 박 감독은 선수들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해준다.

'평소 편하게 지내야 운동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숙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혼한 선수들은 각자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경기장·훈련장으로 출퇴근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팀 숙소에 구속받지 않았다.

막상 훈련이나 경기가 시작하면 '호랑이 감독'으로 변신했다.

주포 김학민(34)은 "감독님은 달래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적할 사항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프로 2년 차인 리베로 백광현(24)은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백광현을 강하게 조련했다. 지적과 꾸중이 끊이지 않는다.

김학민은 "광현이가 힘들 것"이라며 "잘 버티면서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막내급 선수가 혼나는 모습을 보면 베테랑 선수들도 긴장하게 된다.


그렇다고 박 감독이 '뒤끝'이 있는 건 아니다.

구단 관계자는 "고함을 치다가도 막상 훈련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선수들을 대한다"며 "박 감독은 '프로는 오직 실력으로 말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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