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피용 '대체후보' 쥐페 급부상…중도신당 마크롱, 여론조사 첫 1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당선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던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62)은 세비 횡령 의혹을 계기로 캠프가 붕괴 직전까지 가는 위기에 처했다.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전선(FN) 대표 마린 르펜(48)은 검찰 조사에 직면했다.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는 두 후보의 위기를 틈타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모호한 정체성을 두고 비판에 시달린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은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을 인용해 피용 캠프의 선거본부장 파트리크 스테파니니가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주르날 뒤 디망슈'도 스테파니니가 "피용의 뒤에서 우파·중도 대연합을 건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혹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최근 피용이 수사법원의 소환 통보를 받은 뒤 그의 캠프에서는 이탈자가 속출했다. 티에리 솔레르 대변인에 이어 선거본부장까지 사임을 표해 피용 캠프는 사실상 패닉에 빠졌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자 공화당 내부에서는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경선에서 피용에 고배를 마신 알랭 쥐페(72)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설 용의가 있다고 시사해 교체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쥐페 전 총리는 "(후보로 나서달라는) 요청이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방향에서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에 직면한 대선 후보는 피용뿐만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1차 대선 투표에서 1위를 달리던 르펜도 검찰 조사 위기 속에서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잔혹 행위 사진을 트위터로 기자에게 보낸 혐의로 르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르펜은 유럽의회 의원으로서 면책특권을 내세워 그동안 조사를 거부했다.
하지만 르펜은 유럽의회가 2일 그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기로 의결하면서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더구나 르펜은 지인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해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지난달 프랑스 경찰로부터 FN 당사 압수수색을 받았다.
AP통신은 르펜이 오는 10일 소환 통보를 받았다고 전하면서, 그의 변호인을 인용해 르펜이 선거 기간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수 진영의 두 후보가 안팎으로 흔들리는 동안 중도신당의 마크롱 후보는 "유러피언 드림을 재건하겠다"며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오독사와 프랑스 2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1차 투표 지지율은 마크롱이 27%로 가장 높았고, 르펜이 25.5%, 피용이 19%로 각각 집계됐다.
각 진영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뒤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이 르펜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공화당이 후보를 교체해 쥐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쥐페가 1차 투표에서 26.5%로 각각 마크롱(25%)과 르펜(24%)을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크롱이 기세를 올리고는 있지만 일각에선 '제3지대'를 표방하는 그의 모호한 정체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롱은 '좌우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 '과거와의 화해와 미래로의 전진' 등의 수사를 내세우고 있는데, 구체적인 청사진보다는 모호한 이미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통치를 '반인도주의적 범죄'라고 말했다가 보수진영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는가 하면,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의 동성결혼 정책을 비판했다가 좌파진영의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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