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정책위의장이 산파역…지지호소 편지 1천통 발송
당 지도부 5·18 민주묘지 방문…1천석 강당 가득 차
(광주=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보수의 적통임을 자처하는 바른정당이 5일 천신만고 끝에 다름없는 광주·전남에서 시도당 창당대회를 개최했다.
야권의 전통적 텃밭이자 보수진영으로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그것도 신생정당이 창당의 깃발을 올리는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전국 유권자 1천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바른정당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3%에 그쳤다.
단 한명의 지역구 의원도 없는 험지에서 바른정당이 지역 창당대회를 여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당내에서도 자칫하면 망신만 당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창당이념을 실현하고 외연 확장을 꾀하기 위해서는 다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은 광주·전남 시도당 창당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특히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광주·전남 창당대회를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후문이다.
이 정책위의장의 부친인 고(故) 이중재 전 의원은 전남 보성에서만 세 번 국회의원 배지를 단 6선(選) 의원 출신이다.
광주·전남 지역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탓에 이 정책위의장이 총대를 메고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이 의장은 창당 이후 한 달 동안 광주·전남 지역 유지와 명망가들에게 바른정당의 창당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1천 통 넘게 보냈다고 한다.
이 의장은 편지에서 바른정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존중한다는 점, 호남의 민심을 받들고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는 전혀 다른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총출동해 이날 행사에 앞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정당 광주·전남 시도당 창당의 의의를 알렸다.
바른정당 정병국 당 대표는 5·18 민중항쟁추모탑 앞에서 참배하고, 방명록에 '민주와 정의를 위하여 희생하신 님의 뜻을 받들어 따뜻하고 깨끗한 대한민국, 바른정당이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광주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은 바른정당이며, 민주당은 정말 의지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스프레만 했다"고 말했다.
조선대학교 해오름관 대강당에서 열린 창당대회에는 정병국 당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구 정책위의장, 정운천 최고위원, 김무성 의원 등 주요 당직자와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당내 대선 주자들이 참석했다.
광주·전남 지역 바른정당 지지자들도 대거 참석해 약 1천석 규모의 대강당이 가득 찼다.
창당대회의 산파역을 맡은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창당대회에서 "그동안 보수가 광주·전남에서 끽소리도 못했지만 이제 바른정당이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바른정당은 탄핵을 주도하고 호남의 민심을 받드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작은 불씨지만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특히, 광주·전남 분들의 희망을 이뤄내는 정당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 정책위의장은 행사 종료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솔직히 강당이 텅 비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다"며 "이렇게 많은 분이 우리 당을 환영해주신 만큼 호남의 민심을 받들어 올바른 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바른정당은 광주·전남 시도당 창당으로 16개 시도당을 갖추게 됐으며, 앞으로 충북도당이 창당하면 전국 17개 시도당 조직이 완비된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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