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차기 총선을 통해 총리직 복귀를 노리는 마테오 렌치(42) 전 이탈리아 총리가 암초를 만났다. 아버지를 비롯한 측근들의 대형 입찰 비리에 연루되며 렌치 전 총리도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마테오 렌치 총리의 아버지인 티치아노 렌치(65)는 사업가 친구를 위해 이탈리아 조달청(Consip)의 공공 입찰 사업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3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날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채 단지 전 총리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무리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탈리아 주간 '레스프레소'에 따르면 루이지 마로니 조달청장은 검찰에 렌치의 아버지 등으로부터 압력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분위기다.
여기에 렌치 전 총리의 오른팔로 알려진 루카 로티 체육장관 역시 이 사건과 관련한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도 렌치 전 총리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제1야당 오성운동은 로티 장관에 대한 불신임안을 즉각 상·하원에 제출했고,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는 "이번 사건은 핵폭탄이다. 터질 경우 그 누구도 숨을 곳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렌치 전 총리는 아버지를 비롯한 측근의 부패 추문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이날 'LA7' 방송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아버지가 만약 잘못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2배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선긋기에 나섰다.
작년 12월 상원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측근인 파올로 젠틸로니 전 외무장관에게 총리 자리를 넘긴 그는 지난 달에는 차기 총선을 통해 총리직에 복귀하기 위한 수순으로 집권 민주당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내달 30일 열리는 전당 대회에서 당 대표 재선을 달성한 뒤 이를 기반으로 차기 총선에서 재집권한다는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소수파가 최근 렌치 전 총리가 독선적인 의사 결정으로 중도좌파 색채의 당을 너무 오른쪽으로 끌고 갔다고 반발하며 분당한 데 이어 이번 악재까지 터짐에 따라 당초 무난할 것으로 여겨진 렌치 전 총리의 당 대표 재선이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마 루이스 대학의 세르지오 파브리니 교수는 "렌치 전 총리는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렌치가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그의 정치 생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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