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등 "기각·각하 당론" 요구…현역·당협위원장 100여명 서명
지도부 "당론 채택은 곤란" 난색…비박, 탈당 동력 약해져 고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홍정규 배영경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최대한 몸을 낮추던 친박계 인사들이 헌법재판소 선고일이 다가오자 '탄핵반대' 깃발을 들고 앞장선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보고 '기각 또는 각하'를 공개 요구하는가 하면, 보수단체의 탄핵반대 집회에 매주 참가해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친박계는 탄핵 기각이나 각하를 한국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야권에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은 당시의 선정적·편파적인 언론 보도와 야당의 공세에 당 지도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결과"라며 "이제 '탄핵 블랙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주도한 탄핵반대 성명서에는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절반 이상인 104명이 서명했다. 윤 의원은 오는 6∼7일 추가 서명을 받고 8일께 이를 헌재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날 도심에서 열린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도 윤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김진태·박대출·이우현 의원과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물론 무소속 정갑윤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앞서 3·1절에 열린 태극기 집회는 친박계 맏형인 8선의 서청원 의원과 4선의 홍문종 의원 등 최근 공개 활동을 자제하던 중진들도 모습을 드러내 친박계가 보수층 결집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지도부는 '탄핵 기각·각하'를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친박계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당내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고, 탄핵심판이 어떻게 결론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당론을 정하는 건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강경 일변도의 친박계를 바라보는 당내 비박계는 고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당명 변경과 당헌·당규 개정 등 지도부의 쇄신 노력을 기대하며 당에 눌러앉은 비박계 의원들로선 노골적으로 탄핵반대를 주장하며 당론 채택까지 요구하는 친박계의 모습에 속을 끓이고 있다.
또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탈당 재검토를 포함한 거취 고민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인 탄핵 이후의 정국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친박 주류에 대한 심판론이 더욱 커질 수 있지만, 거꾸로 '진보 대 보수'의 대립구도가 뚜렷해지면서 강성 친박들의 입지가 견고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선도 탈당파'들이 만든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어 추가 탈당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탄핵이 인용돼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건너가기가 쉽지 않다. 어떤 국면이 펼쳐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박계 의원도 최대 30여 명으로 추정되는 당내 탄핵 찬성파들의 행동 가능성에 대해 "친박들이 탄핵심판 후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탈당이 어렵다면 차라리 바른정당과 다시 합쳐 '보수 대통합'을 이루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가 지리멸렬해선 안 된다. 다시 통합과 재건의 계기를 잡아야 한다"며 "탄핵심판이 전열을 정비할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도 최근 "대선 국면에 가서 대동단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기회만 오면 내가 (대동단결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박 강경파는 바른정당을 '배신자'로 낙인 찍고 재통합 논의에 반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조원진 의원은 전날 집회에서 바른정당을 두고 "배신의 정당, 탄핵 정당, 배은망덕한 정당"이라며 "혹자는 바른정당과 합쳐야 한다는데, 애국 국민이 그것을 용서하겠나"라고 선을 그었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