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탈퇴 협상을 타결짓지 않고 EU를 떠난다면 '이혼 합의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검토 결론이 영국 상원에서 나왔다.
상원 EU재무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내놓은 '브렉시트와 EU 예산' 보고서에서 "(탈퇴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재정분담 관련 규정 등 모든 EU 법은 적용이 중단될 것이고 영국은 재정분담 이행의무에 전혀 구속되지 않게 된다는 결론을내린다"고 밝혔다.
EU재무위는 "이는 다른 사안들과 관련한 우호적 합의 도달 전망을 해친다"면서도 "그럼에도 재정약속 없이 영국이 협상에서 나가는 가능성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앞서 테리사 메이 총리는 협상과 관련해 "징벌적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 '나쁜 딜'(bad deal)보다 '노 딜'(no deal)이 낫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둔다"고 밝혔다.
뜻대로 안 되면 협상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영국이 협정 없이 EU를 '자동' 탈퇴하는 상황을 뜻한다.
메이 총리는 오는 15일께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2년에 걸친 탈퇴 협상을 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을 앞두고 이혼 합의금이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U 측은 2014~2020년 EU 예산계획 확정 당시 영국이 "구체적으로" 약속했던 분담금을 포함해 이혼 합의금으로 600억유로(약 73조3천억원)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이 분담금 약속을 안 지키면 예산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결과를 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동유럽 회원국들이 EU 예산 지원 프로그램들에서 12% 예산 축소에 직면하게 되고 독일과 프랑스 등은 이 구멍을 메워야 하는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이반 로저스 전 EU 주재 영국 대사는 전했다.
이에 따라 EU 측은 협상이 시작되면 이혼 합의금 문제를 가장 먼저 다룬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메이 총리는 EU 회원국으로 있는 동안에는 분담금 의무를 다하겠지만 탈퇴한 이후에 치를 금액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5년 영국이 낸 분담금(실지급금)은 129억파운드(약 18조2천억원)였다.
하지만 영국 어민들과 대학들이 보조금과 연구지원금으로 44억파운드를 돌려받았다. 이외 민간기업들이 받는 EU 자금(14억파운드)까지 합쳐 약 60억파운드를 돌려받는 만큼 순분담금은 70억파운드(약 9조9천억원)라는 게 영국 재무부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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