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애니 명가' 디즈니가 내놓는 실사영화들을 보면 만화영화와 실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어떤 만화적 상상력도 보란 듯이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70여 종의 동물들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창조해낸 '정글북'(2016)이 그랬고,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미녀와 야수'도 마찬가지다.
'미녀와 야수'는 1991년 선보인 동명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촬영과 화려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7년 판 실사영화로 재탄생시킨 작품.
저주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가 사랑스러운 아가씨 벨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된다는 기존 줄거리는 그대로 가져왔다. 대신 캐릭터는 원작보다 입체적으로 변했고, 비주얼은 한층 화려해졌다.
벨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 역으로 유명한 에마 왓슨이 맡았다. 그는 엉뚱하지만, 지적이고 아름다운 벨 역을 맡아 당당하게 사랑을 찾아 나서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외모와 분위기가 원작 속의 벨과 닮아 캐스팅 때부터 화제가 됐다. 특히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에서 야수와 춤을 추는 모습은 원작 속의 벨 그 자체로 보인다. 이 작품으로 처음으로 노래 연기에 도전한 에마 왓슨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수준 높은 노래 실력을 보여준다.
에마 왓슨은 당초 '라라랜드'에 에마 스톤보다 먼저 출연제의를 받았지만, '미녀와 야수' 출연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보면 그의 선택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야수의 성 모습이다. 제작진은 18세기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로코로 양식 건축 디자인을 활용해 세트를 지었고, 화려한 무도회장, 책으로 빼곡한 서고 등을 정교하게 구현했다.
움직이는 황금 촛대, 시계, 찻주전자, 옷장, 피아노 등 저주에 걸려 살아 움직이는 성의 가재도구들도 원작 이상으로 재현해냈다.
가재도구들은 마지막 부분에서야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데, 이완 맥그리거(황금 촛대), 이안 맥켈런(시계), 에마 톰슨(찻주전자)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연기했다.
'꽃미남' 야수 역은 영국 배우 댄 스티븐스가 맡았다.
벨을 차지하기 위해 야수를 잡으러 나선 개스톤 역은 루크 에반스, 개스톤의 오른팔인 르푸 역은 조시 게드가 연기했다.
빌 콘돈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르푸를 디즈니 최초의 동성애자 캐릭터로 설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영화 속에서 르푸가 개스톤을 대하는 태도는 연정보다는 동경에 가깝게 그려진다.
'뷰티 앤 더 비스트' 등 기존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뿐만 아니라 새로운 곡들도 추가됐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129분에 달한다. 눈과 귀가 즐겁기는 하지만, 원작을 훌륭히 재현해내는 것 이상의 독창적인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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