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에 중국인들 시끄러운 목소리가 줄었다"

입력 2017-03-05 17:53  

"명동거리에 중국인들 시끄러운 목소리가 줄었다"

'관광 1번지' 명동, 中사드보복 체감은 아직…불안은 확산

면세점 매출도 큰 차이 없어…"이번주부터 피해 본격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정빛나 기자 = "아직 장사엔 큰 영향은 없지만, 중국인들 목소리가 워낙 커서 거의 온종일 거리가 시끄러웠는데 오늘은 확실히 평소보다 조용해진 것 같습니다."

5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인근에서 노점을 하는 한 상인은 '중국인들이 평소보다 줄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상인은 "우리 같은 명동 노점상들은 중국인 등 외국인이 없으면 장사를 못 한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인들이 하나둘 한국여행을 취소해 발길이 끊길 것이라고 상인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명동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화장품 판매장 앞에서는 직원들이 중국어로 호객을 하고 있었고, 한 사설 환전소 앞에서는 중국인들이 줄을 서서 저마다 위안화 지폐를 세며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명동에서 만난 중국인들도 대체로 아직 자국 정부의 '한국 여행 금지령'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동생과 함께 한국에 처음 놀러 왔다는 중국인 장모(26·여)씨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가면 안 된다는 뉘앙스의 뉴스를 많이 보긴 했으나 피부에 와 닿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러나 "주변에서는 한국 여행을 취소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여행 후보지에서 제외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긴 하다"고 전했다.

중국 광둥성(廣東省) 선전(深?)에서 왔다는 왕양(30)씨도 "여행 금지령이 있다는 얘기는 듣긴 했는데, 나나 다른 중국인들이 여기 와 있는 것을 보면 영향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중국인들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름과 나이 밝히기를 꺼린 한 중국인 남성은 '사드 배치'에 대한 생각을 묻자 "한국인들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 진짜 모두 찬성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이번에는 왔지만 두번다신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얼굴을 붉혔다.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서울시내 면세점들도 아직 직접적으로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 여파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주말과 비교해 이번주말 중국인 관광객 수나 1일 매출 등에 큰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한국에 들어왔는데 일정을 줄여 일찍 나가거나, 이미 계약된 관광상품을 취소하고 오지 않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신라 면세점 관계자 역시 "실시간으로 매장 분위기 등을 점검하고 있는데, 아직 유커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의 변화는 느낄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현지 여행사들에 '15일 이후 한국 관광상품 전면 판매 금지' 지침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조금씩 서울·제주 등 주요 관광지 면세점이나 백화점 등에도 타격이 나타날 것으로 유통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15일부터 전면 금지 조치가 실행되면, 한 달 정도 뒤부터는 유커 수나 매출 감소 등의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내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도 "개인 여행객 중 '큰손'이 많아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이번 주부터 피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면서 "지난 연말에도 사드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일주일 후부터 매출이 반 토막 나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인 단체 관광객 철수가 현실이 되면, 국내 면세점 업계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시내면세점+공항면세점)의 규모는 12조2천700억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72% 정도가 외국인 지갑에서 나왔다. 특히 중국인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70%인 8조6천억 원 정도가 중국인, 이른바 '유커(중국인 여행객)'의 구매액으로 추산된다.

한국행 단체 관광 상품, 에어텔(숙박+항공권) 등 일부 자유여행 상품을 더해 이번 조치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율을 50%로 가정하면, 금지령이 1년 동안 이어질 경우 한국 면세점은 연 8조6천억원의 유커 매출 가운데 절반인 무려 4조3천억 원을 잃을 수도 있다.

중국인 매출 비중이 큰 업계 수위의 롯데면세점이 수조 원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2~3년 사이 관세청의 특허권 남발로 문을 연 신생 면세점들의 경영난은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도산 업체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면세점뿐 아니라 서울시내 백화점 역시 가운데 많게는 유커 매출 비중이 2.5%에 이르는 업체가 있는 만큼,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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