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못한 시민단체가 치워…갈등 고조돼 폭력 사태 우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김선호 기자 =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하는 불법 선전물과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5일 부산겨레하나 등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소녀상 주변에 '일본을 사랑하라'는 글 등이 적힌 종이가 붙기 시작했고, 지난달 초부터는 폐가구 등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경찰과 관할 동구청이 '나 몰라라'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중립과 형평성을 지킨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소녀상 추진위원회가 지난해 말 소녀상을 건립하면서 주변에 그 취지를 알리는 현수막을 다수 내걸었고 경찰과 동구청은 이것도 불법인데 소녀상에 반대하는 쪽만 제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사이 소녀상 주변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소녀상을 건립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쓰레기 등을 철거하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다시 가져다 놓는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또 소녀상 반대 측의 행동이 도를 넘으면서 소녀상을 지키려는 쪽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 간 폭력 사태로 비화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0시 20분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성 2명이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선전물과 쓰레기 봉지를 소녀상 주변 가로수와 가로등에 덕지덕지 매달았다. 이들은 차에 싣고 온 폐가구도 마구 버렸다.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김모(68)씨가 몹쓸 짓을 하고 떠나는 이들의 차량 번호를 찍었다.
그러나 남성들은 김씨를 둘러싸고 사진 삭제를 요구하다가 김씨가 달아나자 차로 20여 분간 추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4일 자정께는 누군가가 소녀상에 자물쇠로 자전거를 묶고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더 많이 쌓인 쓰레기 더미에는 노란색 테이프가 '폴리스 라인'처럼 둘러쳐졌다. '무단으로 침입하면 (재물)손괴죄로 경찰에 고발한다'는 경고문도 붙었다.
주변은 '박근혜 (대통령) 살려내자'는 문구와 언론 등을 비난하는 글이 적힌 종이로 도배됐다.
일본영사관을 24시간 경비하는 경찰은 이런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참다못한 부산겨레하나 회원들이 5일 오전 절단기로 소녀상에 묶인 자전거 자물쇠를 끊고 자전거를 쓰레기 더미로 옮겼다.
경찰 관계자는 "4일 자정께 소녀상 주변에 자전거 등을 가져다 놓는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갔지만, 쓰레기 무단투기 등의 단속은 자치단체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소녀상을 두고 찬반 양쪽이 있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한쪽의 입장에 설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재물손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소녀상에서 자전거를 떼어 낸 시민단체 회원의 신원을 파악했다.
동구청은 소녀상 찬반 양측이 모두 자진해서 불법 선전물 등을 철거해야 한다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쓰레기 더미를 방치하고 있다.
동구청은 또 소녀상 주변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모든 불법 선전물 등을 철거하자는 시민단체의 제안에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동구청은 6일 소녀상 근처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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