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업그레이드…이세돌 1승이 '최후의 인간승리'일 수도
연내 인간과 정식 대국 예정…4월 중국 커제와 대국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는 이제 세계 바둑계에서 최고수로 인정받고 있다.
알파고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이라 불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를 벌였다.
이세돌 9단이 완승한다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세돌 9단은 1승 4패로 알파고에 무릎을 꿇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인 바둑에서 최고수를 제압한 초유의 일이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의 '1승'은 역사에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남을 조짐이다.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에 만족하지 않은 알파고는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했다. 바둑 고수를 넘어 '바둑 괴물'로 성장하고 있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해 12월 말과 올해 1월 초 업그레이드 알파고를 맛보기로 선보였다.
알파고는 '마스터'(Master)와 '마기스테르'(Magister)라는 아이디(ID)로 신분을 감추고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한국·중국·일본 정상의 프로기사들과 맞붙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마스터·마기스테르는 한국 랭킹 1위 박정환 9단,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 일본 일인자 이야마 유타 9단를 비롯한 3국의 내로라하는 기사들에게 한 판도 지지 않고 파죽의 60연승을 달렸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후에 마스터·마기스테르가 신형 알파고의 시제품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세돌 9단은 이 인터넷 대국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기보를 보고 "알파고가 더 강해졌다"며 "작년 3월 대국했던 알파고는 초읽기 상황에서 다소 약점을 보였으나 지금은 이 부분이 보완됐다. 실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은 앞으로 알파고와 동등한 조건에서 대국하면 프로기사에게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작년 알파고의 기습적인 출현에 충격을 받았던 바둑계는 이제 알파고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강자' 알파고의 진화를 반기고 적극적으로 돕는 편이다.
알파고는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세계적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내려받아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또 기사들과 인터넷 대국으로 '스파링'을 하면서 실력을 키운다.
안성준 7단은 "지금까지 정상급 프로기사들은 바둑 기술에서 일종의 한계치에 직면한 상황이었지만, 알파고를 통해 새로운 바둑 세계의 탐험이 가능해졌다"며 바둑 기사들이 알파고의 진화를 반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설적인 바둑기사 '돌부처' 이창호 9단도 최근 맥심배 입신최강전 32강전에서 알파고가 선보인 포석으로 승리해 눈길을 끌었다.
알파고뿐 아니라 일본의 '딥젠고', 중국의 '싱톈' 등 바둑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기원도 지난 1월 뒤늦게 '한국형 바둑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런 만큼, 구글 딥마인드가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펼치겠다고 예고한 알파고와 인간 기사의 공식 대국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알파고가 얼마나 진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중국의 한 정보기술(IT) 매체는 '업그레이드 알파고'가 4월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커제 9단과 맞붙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알파고가 커제 9단과 3전 2승제로 승자를 가리고, 인간 여러 명과 대결하는 상담바둑도 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허사비스 CEO는 트위터에서 "바둑 단체와 협의해 올해 내 (알파고와 인간 기사 사이의) 공식 대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대국 일정과 방식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커제 9단이 알파고의 유력한 맞수로 지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기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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